교육청에서 구형 컴퓨터실의 리모델을 할 수 있도록 3,000만 원이라는 큰 예산을 우리 학교로 배정하였다. 내가 담당자라 그 예산이 고스란히 나에게 배정되었다. 처음에는 '뭐 집 리모델링 하 듯이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여기저기 떨어진 곳에 필름 작업을 업체에 의뢰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렇게 큰 예산을 쓰는데 교실에 알록달록하게 필름만 새롭게 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뭔가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무엇을 하면 좋을까?' 전교 선생님들께 물어봐도 딱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단어가 생각났다. '웹툰?' 작년 여름에 가족과 남해 여행을 갔다가 멋진 정자를 발견해서 걸어가 보니 그곳에 다른 관광지처럼 소원 쓰는 공간이 있었다. 보통 열쇠를 걸어두는데 그곳은 특이하게 작은 나무판 위에 매직으로 소원을 쓰는 방식이었다. 나도 2,000원을 주고 작고 둥근 나무판을 사서 그곳에 나의 소원을 적고 매달려고 하는데 옆에 "꼭 웹툰 작가 되게 도와주세요"라는 팻말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분명 학생 글씨인데 얼마나 웹툰을 그리고 싶었으면 이렇게 썼을까? 그 생각이 드니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웹툰 교실을 꾸며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 많은 예산을 받고 나니 그때 생각이 났다. '그래 이번 컨셉은 웹툰으로 해보자!'라고 생각하고 여기저기 의견을 듣고 추진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충북 내에 웹툰 실을 꾸민 곳이 딱 한 곳, 그것도 시범적으로 큰 기관에서 추진한 것외에 일선 학교에는 한 군데도 없었다. 다행히 그곳의 사진을 구해 살펴보니 웹툰을 그릴 수 있는 고가의 장비를 갖추었다. 3,000만 원으로 리모델링과 장비를 구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그럼 그림 장비를 몇 개만 구입해서 동아리 위주로 운영하면 될 일이었다. 선생님들과 상의하니 그건 일반 학생들이 보편적으로 웹툰을 접할 기회가 없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조금은 저렴하지만 많은 학생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봤다. 역시 하늘은 돕는 사람을 돕는다고 하더니 저렴한 가격의 웹툰 기계를 여러 대 구입할 수 있었다. 문제는 웹툰을 그릴 방법을 찾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웹툰을 그릴 실력을 갖춘 후에 기계를 구입해야 한다고 하지만 예산이 동반된 일에서는 시기란 게 있다. 언제 어느 시점까지는 보고서와 정산서를 제출해야 하기에 실력을 갖추고 장비를 살 시간이 없다. 일을 거꾸로 해야 했다. 일단 장비를 갖추고 그 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결국 장비를 갖추고 났는데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몰랐다. 나의 역할은 좋은 장비와 운영 프로그램을 갖추는 일에서 끝난다. 하지만, 내 주위의 모든 선생님들께 물어봐도 순수 미술도 아닌 웹툰 쪽에 조예가 있으신 선생님이 한분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밤마다 유튜브에 올라온 웹툰 그리는 영상을 봐가며 하나하나 배울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그림 연습을 하다 절망에 빠졌다. 도대체 그림 실력이 늘지 않았다. 정말 장비와 프로그램만 갖춰주고 끝내야 하는 것일까? 그림 장비를 갖추는데 벌써 2,000만 원을 쓰고 있었다. 내가 만약 그림 그리는 일을 안 한다면 분명 그 2,000만 원의 장비가 사장되고 말 것이다. 내가 그릴 수 있어야 이 장비를 통해 아이들이 웹툰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요즘 매일 리모델링한다고 마음고생, 몸고생을 했더니 몸이 아파왔다. 저녁때 따뜻한 물을 욕조에 받아 몸을 담그며 아픈 몸을 지지며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에 잠겼다. "유레카!" 갑자기 좋은 해결책이 생각났다. 내가 그림 실력은 없지만 끝까지 한다는 생각이다. 이유야 어떻든 내가 시작한 웹툰 실을 내가 책임지고 배워 지도하는 방향이 맞는 거 같다. 그날 밤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매일 밤마다 그림과 씨름하던 나를 보고 집사람이 지나가며 보더니 그동안 그린 것 중 가장 잘 그렸다고 한다. 그림도 나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자꾸만 웹툰실을 꾸미고 누구에게 맡길 생각만 하다 보니 그림도 마찬가지로 나에게 오지 않았다. 내가 끝까지 웹툰을 한다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니 그제야 그림이 그려졌다.
나는 그동안 10편의 글을 통해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행복을 향한 일들에는 글도 쓰고, 유튜브도 해보고, 청소도 해보고, 운동도 해보고, 공부도 해보고, 노래까지 불러봤다. 하지만 뭔가 1~2% 부족함이 느껴졌다. 어느 날 밤은 친한 후배와 통화를 통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간의 고민을 얘기했는데 그 당시엔 그게 음악인 줄 알고 그동안 시간 날 때마다 피아노 앞에서 음악 연습을 했다. 그런데도 뭔가 부족함을 느꼈는데 이번에 웹툰실을 통해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았다. 사실 내 주위에는 웹툰 작가가 전무하다. 오직 책과 유튜브를 통해 웹툰의 기능과 그리는 방법을 하나하나 배우고 있는데 마치 처음에 유튜브를 했던 것과 똑같다. 누군가 친절하게 알려주는 게 아니다. 그래서 그 과정이 힘들고 실력이 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게 나의 길이라 느껴진다. 그날 "웹툰 작가 되게 해 주세요"라는 글을 보고 눈물을 흘렸던 나의 마음이 오늘에서야 이해가 되었다. 그건 그 글을 쓴 학생의 마음이 곧 나의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둘 다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행복 찾기에 대한 글을 그동안 써봤다. 나는 처음에 쉽게 나의 행복을 찾아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글 또한 써지지 않았다. 지금은 머릿속이 깨끗해졌고 알 것 같다. 나의 행복 찾기는 웹툰 그리기를 통해 해답을 찾았다. 여러분도 분명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찾기를 간절히 바라고 싶다. 처음 행복을 찾는 일을 왜 했던가?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이 갑자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무엇이 선생님을 힘들게 했는지 몇 번 얼굴만 마주쳤기에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분의 행복을 찾아줄 수만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얘기하고 싶다. 비록 그 선생님은 나의 글을 볼 수 없지만 나의 글을 통해 삶이 힘들고 무엇을 할지 모를 때 이 글을 보기를 간절히 추천하고 싶다. 이곳에 나의 마음속 행복을 찾는 여정이 고스란히 적혀있기 때문이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매일 밤 밤마다 그림을 한 컷씩 그리다 보니 어느 순간 잘 그리게 되는 거 같아 기분 좋다.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