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퇴근하는데 같이 근무하는 교감선생님이 나에게 부탁할 게 있다고 했다. 친구의 수업영상을 편집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분도 승진을 위해서는 수업 영상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게 정말 중요한 듯싶은데 편집을 해줄 곳이 없다고 했다. 나는 흔쾌히 "좋습니다"라고 하고 얼마 후 USB하나를 받았다. 그곳에는 지인 선생님의 수업이 담겨있었다. 한참을 보니 그동안의 유튜브 영상 편집과는 차원이 달랐다. 정말 수도 없이 수업 영상을 봐야 했고 중요한 부분을 추려내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그렇게 편집에 들어갔고 퇴근하고 항상 작업에 매달렸다. 나는 평소 영상을 만들 때 카메라를 하나 쓰는데 그 선생님의 영상은 카메라가 3대나 썼기에 좋은 영상으로 잘라 쓰다 보니 하나의 장면을 세 번 보는 수고를 해야 했다. 힘들 것도 잠시 그 선생님의 간절한 마음을 알기에 나는 휴일 내내 작업을 해야 했다. 그래서일까? 온몸이 아프고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게 며칠 만에 작업은 마쳤는데 몸 아픈 것은 계속되었다. 약을 먹었는데 그때뿐이고 다음 날도 몸살과 두통에 시달렸다.
그날은 내가 공개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그동안의 피로가 쌓였는지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이거 이거 오늘 공개수업을 해야 하는데 괜찮을까?' 일단 수업을 해야 했기에 참고 수업을 했다. 많은 학부모들 앞에서 아이들과 수업을 하니 세상 이보다 더 얼굴 화끈한 게 없는 듯싶었다. 어느 까불이 아이는 내가 설명하려고 했더니 춤을 추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한마디 했을 텐데 학부모들 앞이라 화도 못 내겠고 아주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 수업을 잘 마치고 돌아가는 학부모들을 보고 있는데 내가 그동안 몸이 아파 고생했는데 정말 씻은 듯이 두통과 몸살이 살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 이거였구나!' 나의 몸 아픔의 이유는 바로 공개수업이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시골학교 근무할 때 공개수업 때문에 정말 큰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학부모 공개수업이 아니라 동학년 공개수업이라고 선생님들 앞에서 공개수업을 하는 게 있었다. 그런데 그날도 수업을 잘하고 교실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수업을 보았던 교장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다며 나의 수업의 40가지 단점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쯤에서 그분이 평소에 나를 얼마나 싫어했는지 알 거 같다. 얼마나 싫어했으면 40분 수업에 40가지 단점을 찾아낼 정도로 열정적이었을까. 1분에 하나씩 상대방의 단점을 찾아낸다는 게 보통의 정성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결론적으로 나에게 다시 공개수업을 할 것과 한 달간 본인이 내 수업에 참관하겠다고 하였다.
'이건 뭐지, 신종 갑질인가?' 싶어 다른 선생님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모르니 다시 공개수업은 못하겠다고 하고 수업참관은 들어오든 말든 상관없다고 하였다. 그렇게 한 달간 교장선생님(예의상 '선생님'이란 호칭을 붙이고 싶다) 참관하에 수업을 하게 되었다. 교실 뒤에서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교장선생님의 모습에 아이들도 자꾸 뒤를 돌아보며 이상하듯이 쳐다봤고 나는 시골학교라 그런지 별의별 교장선생님이 있다며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매일 나를 호출하여 그날 내 수업의 단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후 그 일을 멈추게 된 계기는 교장선생님이 나를 계속하여 교육청에 고발하였다. 내가 잘못이 많은 사람이니 이 학교에서 강제로 뜨게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교육청도 아무 이유 없이 관리자가 원한다고 하여 일반 교사를 인사철이 아닌 시점에 다른 학교로 발령을 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끝내 이게 소문이 나서 내 귀에까지 들이게 되었다. 내가 정식으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사실 그럴 마음은 1도 없었고 이유 없이 다른 학교로 가는 것이 왠지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엄포를 놓은 이후 그간 있었던 일은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굴기 시작했다. 본인이 정당하면 계속 그렇게 굴어야 하는데 그 이후 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근무를 하는 모습에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사람으로 느껴졌다.
공개수업은 그런 것이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선생님을 괴롭힐 수 있는 아주 적법한 수단이 된다. 수업이란 게 선생님과 학생들 간의 호흡이다. 그것은 선생님과 학생들은 잘 안다. 수업이 좋은지 나쁜지를. 그러고 보니 교장선생님이 계속 나의 수업을 참관하였던 시절 참다못한 아이들이 항의성 글을 쓴 적이 있다. 학교 신고 함이라고 나의 과오를 잡기 위한 교장선생님의 작품인데 오히려 그곳에 교장선생님에 대한 항의성 글들이 투고되기 시작했다. 내용은 '교장선생님의 담임 선생님을 괴롭히지 말아달라'라고 그랬더니 교장선생님은 누가 쓴 글인지 찾아야 한다며 학교를 난리 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요즘 학부모들이 선생님들을 괴롭혀 많은 선생님들께서 유명을 달리하셨는데 내가 겪어보니 작은 학교에서는 학부모들보다 같이 근무하는 관리자들의 횡포도 만만치 않다.
누가 보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 들겠지만 내가 직접 겪었고 나도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었다. 그러니 몸살과 두통으로 몸이 먼저 반응한 듯싶다. 며칠 전 친한 후배가 SNS 밴드에 같이 근무하는 교장선생님의 갑질에 대해 글을 써서 통화를 한 적이 있다. 얼마나 갑질을 했으며 병가를 내고 병원진료를 다녀왔다고 한다. 나는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 그냥 잘 넘기라고 했다. 교장선생님과 싸워봐야 좋을게 아니고 괜히 승진을 앞둔 후배에게 피해가 될까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이런 분들이 우리의 상사로 있을 때가 있다. 그때는 잘 모르는데 어느 순간에 이분이 정말 나를 싫어하는구나! 느낄 때가 있다. 그렇다고 직장을 그만 두기에는 그동안 쌓은 것을 모두 버리는 것이고 그분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옛말에 소나기는 잠시 피하라고 하였다. 혹시 이런 상황에 놓인 분들이라면 잠시 피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래야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는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