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란 무엇일까?

by 정수TV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2015년 교사에서 장학사가 되는 시험을 치렀는데 1차 시험에 합격하고 2차 면접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정말 아쉽고 눈물이 났다. 그런데 그 후 또다시 노력했는데 계속해서 1차 시험에서도 떨어지고 말았다. '나는 안되는가 보다' 생각하고 낙담하고 있었는데 TV영상 속 어느 여성 변호사 한 분의 15분짜리 강연을 보게 되었다. 가난한 형편에 잘하는 게 공부라서 일류대학교를 나오고 변호사 시험을 봤는데 번번이 낙방하고 좌절할 무렵 담당교수님을 찾아가니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라"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운전면허 학원을 가서 연수를 받고 운전면허 실기를 봤는데 방송에서 "OOO님, 합격입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한참을 펑펑 울었고 그 합격이란 말에 다시 기운차려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한다.

나 또한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무엇인지 찾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공인중개사가 국민 자격증이라는 말에 그 후 도전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배워야 하는 과목도 많고 그 내용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려웠다. 그래도 틈틈이 책을 보고 인터넷 강의도 들으며 공부를 했다. 물론 최선을 안 했지만 그래도 개인적인 시간 날 때마다 책을 보게 되었다.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이 다가와 큰 기대 없이 시험을 보러 갔는데 쉬는 시간에 같이 시험 보러 오신 나이 지긋하신 분께서 어떻게 공부해야 하냐며 나에게 물으셨다. 나도 열심히 안 했는데 할 말을 없지만 "그냥 꾸준히 하셔야 될 거 같아요"라고 웃으며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시험을 치르고 문제지를 집에 가져와 답과 맞춰보니 합격은 못하지만 생각보다 노력한 것에 비해 점수가 잘 나왔다. '이거 이거 잘하면 될 거 같은데!'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졌다. 아마 그 여 변호사가 느낀 감정이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자신감이 떨어질 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자신감을 채울 수 있었다. 올해야 열심히 안 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내년이나 내 후년엔 잘될 것이라 느껴진다. 이런 좋은 느낌이 나에게도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노력하면 될 수 있다는 자신감 만이 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갈 열쇠가 아닐까 싶다.

요즘 교직에 몸담고 있는 나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느낀다. 말 안 듣고 오히려 따지는 아이들, 그 아이들 말만 듣고 교육청에 신고하고 학교에 항의하고 교사에게 폭언을 하는 학부모들 많아도 정말 많다. 나도 거의 1주일에 한 번씩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 오후에 평소 친하게 지내는 행정실 분들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만두고 싶다"라는 말을 했더니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어제 유튜브를 보다가 충주시 공무원 중 유명해진 분이 얼마 전 지역주민에게 지팡이로 머리를 맞았다고 한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데 아빠가 이런 대우를 받으며 직장 생활하는 걸 몰랐으면 좋겠다며 웃으며 얘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파왔다. 우리라고 다를 바 있던가? 나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그 모멸감은 당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그래도 내가 직장에 다니는 이유는 무얼까? 아마도 나의 아이들이 아닐까 싶다. 적지만 작은 봉급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지원해 줄 때의 감사함. 그게 정말 중요한 거 같다. 나는 비록 민원인들에게 맞고 멸시당하고 조롱을 당해도 아이들을 위한다면 모두 감내할 수 있다. 그게 부모가 아닐까 싶다.

이전 08화참고 견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