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또 한분의 어른을 떠나보냈습니다-
2022년 1월 3일 오후 3시 42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원로인 신현봉(안토니오) 신부님께서 선종하셨습니다.
신현봉 신부님은 1970-80년대 독재정권 하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결성하는데 앞장섰고, 이로 인해 수많은 고초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인권의학연구소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서 발간한 ‘1970-80년대 불의한 국가폭력에 저항한 수도·성직자들의 증언집’의 제목이었던 “신부가 그런 일을 안 하려면 뭐하러 사제가 돼?”라고 말씀해주셨던 분이 바로 신현봉 신부님입니다.
2018년 9월 9일, 강원도 원주시 용소막 성당에서 만난 신현봉 신부님은 “신부님은 그 활동, 고초도 당하시고 이런 게 신부님한테는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요? 교회가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말씀을 해주세요.”라는 마지막 질문에 힘주어 답하셨습니다.
“나는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신부가 그런 일을 안 하려면 뭐하러 사제가 돼?
오히려 사제가 되어 가지고 그런 운동에 가담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일이 있으면 적극 앞장서서 해야지요!”
90세가 된 신현봉 신부님은 여전히 “앞으로도 그런 일(불의한 일)이 있으면 적극 앞장서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비록 신현봉 신부님은 떠나셨지만, 이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실천하는 것이 남아있는 자들이 신현봉 신부님을 기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신현봉 신부님, 그동안 우리 사회의 어른이 되어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