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보다 중요한 것은 내려오는 일입니다

by Robin 임봉규

사람은 오르는 일에 익숙합니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늘 더 위를 향해 움직이도록 배워왔습니다.

더 높은 자리, 더 큰 성과, 더 많은 인정이 성공의 기준처럼 제시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묻지 않게 됩니다.

언제 내려와야 하는지,

어떻게 내려와야 하는지,

내려올 때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습니다.


산에서는 모두가 아는 상식입니다

등산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 있습니다.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무사히 하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실제 산악 사고의 상당수는 오르는 과정이 아니라 하산 중에 발생합니다.

체력은 떨어지고, 긴장은 풀리며, 판단은 느슨해집니다.

“정상까지 왔으니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됩니다.


그래서 경험 많은 등산가는 정상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날씨가 나쁘면 돌아서고,

시간이 늦으면 포기하며,

정상 체류 시간보다 하산 계획을 더 엄격히 세웁니다.

산에서는 정상 정복보다 무사 귀환이 목표입니다.


인생도 하산에서 사고가 납니다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올라갈 때는 에너지와 욕망이 사람을 밀어 올립니다.

그러나 내려올 때는 전혀 다른 능력이 필요합니다.

속도를 조절하는 감각입니다.

멈출 줄 아는 판단입니다.

지금이 물러날 시점임을 인정하는 절제입니다.

많은 사람은 올라갈 수는 있지만, 내려오는 법은 배우지 못합니다.

성공 이후가 더 위험한 이유입니다


알랭 드 보통은

인간이 어떤 성취를 이루고 나서도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만족이 올 것이라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또 다른 불안의 저지대로 내려오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성공이 문제라는 뜻이 아닙니다.

성공 이후를 준비하지 않은 상태가 문제라는 뜻입니다.


조직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보게 됩니다.

어렵게 임원 자리에 올랐지만, 내려오는 과정에서 명예를 잃는 경우입니다.

사업에 성공했지만, 철수 시점을 놓쳐 모든 것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들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내려오는 법을 몰랐던 것입니다.


내려옴을 실패로 착각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일은 실패가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내려옴을 패배로 오해합니다.

그래서 무리합니다.

조금만 더 버티려 합니다.

이미 위험 신호가 왔는데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산에서는 이것이 사고로 이어지고,

인생에서는 이것이 추락으로 이어집니다.


값있는 성공의 기준입니다

진짜 성공은 얼마나 높이 올라갔느냐가 아닙니다.

얼마나 온전한 상태로 내려왔느냐입니다.

몸을 다치지 않고 내려오는 일입니다.

사람을 잃지 않고 내려오는 일입니다.

존엄을 훼손하지 않고 내려오는 일입니다.

산을 다녀온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정상 인증 사진이 아닙니다.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는 사실입니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산을 설계하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입니다

성숙한 사람은 목표뿐 아니라 출구를 생각합니다.

오를 때의 계획만큼 내려올 때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언제 멈출 것인지,

어떻게 물러날 것인지,

무엇을 지키고 내려올 것인지를 고민합니다.

올라가는 용기는 젊음의 특성입니다.

무사히 내려오는 지혜는 경험의 결과입니다.

정상은 잠시 머무는 장소입니다.

삶의 평가는 결국, 어떻게 내려왔는가로 남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