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앞에서는 모두 비슷하다

by Robin 임봉규

우주 앞에 서면 인간 사회의 모든 구분은 자동으로 축소됩니다.


돈이 많은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도, 이름이 알려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도 해상도에서 사라집니다.

우주 기준으로 보면 모두 같은 크기의 점에 불과합니다.

이 사실을 가장 조용하게 증명하고 있는 존재가 보이저 1호입니다.


1977년 지구를 떠난 보이저 1호는 지금까지 약 250억 km, 태양–지구 거리로 약 165 AU를 이동했습니다.

(1AU : 태양과 지구사이의 거리 , 약1.5억km)

숫자만 보면 어마어마하지만, 빛의 속도로 계산하면 고작 1광일입니다.

반세기를 날아 하루 거리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주의 스케일은 충분히 설명됩니다.


보이저 1호는 2012년 태양풍이 미치는 마지막 경계인 헬리오포즈를 넘어섰습니다.

현재 위치는 행성도, 소행성도, 태양의 보호막도 없는 성간 우주입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지역입니다.

인류가 만든 물체가 처음으로 들어간 공간이며, 동시에 인간의 기준으로는 아무 쓸모도 없는 곳입니다.

쓸모가 없다는 점에서 우주는 오히려 공평합니다.

이곳에서는 직함도, 자산도, 업적도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보이저 1호의 속도는 초속 약 17km입니다.

지구 기준으로는 빠른 속도이지만, 항성 간 거리 앞에서는 거의 정지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이 속도로 1년 동안 이동하는 거리는 약 5억 km에 불과합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의 거리는 약 4.24광년, 즉 40조 km 이상입니다.

보이저 1호의 현재 속도를 그대로 적용하면 도달까지 약 7만 년이 소요됩니다.

지금 인류 문명이 유지된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입니다.


이쯤 되면 인간 사회의 서열표는 개미집 앞에서 의미를 잃습니다.

개미 중에는 빈손으로 다니는 개미가 있고, 자기 몸집만 한 먹이를 지고 가는 개미도 있습니다.

개미 사회에서는 분명 큰 차이일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눈에는 모두 그냥 개미일 뿐입니다.


우주에서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가진 인간과 적게 가진 인간의 차이는 우주 입장에서 보면 짐을 조금 더 들고 가는 개미 정도의 차이에 불과합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딥 필드 이미지는 이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손톱만 한 하늘 조각에 수천 개의 은하가 들어 있습니다.

각 은하마다 수천억 개의 별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별들 사이의 대부분은 비어 있습니다.


우주는 빽빽하지 않습니다.

우주는 넓고, 조용하며, 인간사에 무관심합니다.


따라서 결론은 단순합니다.

우주 앞에서는 모두 비슷합니다.

굳이 비교에 삶을 소모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사는 동안 건강하면 됩니다.

크게 아프지 않고 움직일 수 있으면 됩니다.

가끔 웃을 일이 있으면 충분합니다.


보이저 1호가 반세기 동안 날아 하루 거리를 증명했듯이,

인생도 우주 기준에서는 길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건강하게, 덜 아프게, 조금은 즐겁게 살아가면 됩니다.


우주 기준으로 보면 그 정도면 충분히 잘 살아낸 인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