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씨와 나의 이야기는 3년 전 겨울 국밥집에서 시작됐지. 뻘건 국밥만큼이나 찐했던 인생을 이야기했어.
「나는 버스 기사입니다」를 읽고 전주에 가보고 싶다고 했더니 어느 날 토요일 새벽 6시에 나를 싣고 전주로 달렸지.
그때는 노노가 막 자퇴를 해서 난 온통 죄인이 되어 나에게 형량을 내릴 때였어.
침묵하는 내게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조언도 하지 않는 옥자 씨였어.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에 나오는 그런 사람을 만난 거야. 밤에 턱 하니 와서는 김장김치를 풀어놓고, 긴 연휴에 뭐 하냐? 고 묻고, 맛있는 거 먹게 되면 다음에 꼭 같이 가자고 하는 옥자 씨.아파서 끙끙 않는 날에 새벽이라도 괜찮으니까 꼭 연락하라고 몇번이나 다짐 받는 옥자씨.
일주일에 세 번 라인댄스 무용실에서 만나는 우리.
댄스 할 때 딴생각에 빠져서 다른 동작을 하고 있으면 거울로 비치는 옥자 씨는 고개를 젓고는 하지.
옥자 씨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어서 거울로 눈인사를 나누며 웃는 그 찰나의 시간의 짜릿함.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꼭 가는 옥자 씨와 만나려고
나도 화장실 가는 거 눈치챘어?
그 시간이 기다려지더라. 복도를 나오며 나누는 잠깐의 대화가 난 너무 좋아.
스카프를 빼다가 걸려서 목걸이 펜던트를 날려먹은 날,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던 옥자 씨.
그 스카프가 겨울에 하는 게 아니라며 건넨 상자 속 목도리 잘 쓸게.
그 스카프 20년 전쯤 잠실 지하상가에서 산 거야.
옥자 씨가 준 목도리도 20년 이상 잘 간직할게. 그때 우린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어 있겠다.
앞으로 겨울이면 군고구마나 호빵보다 옥자 씨의 목도리를 먼저 생각하겠지.
이렇게 누군가를 만나 마음을 여는 게 쉽지 않은 나인데, 꽁꽁 닫은 내 마음에 똑똑 노크해 준 옥자 씨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