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는 길
오늘은 부활절 주일이다. 나는 교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집으로 가는 길에 얼마 전부터 먹고 싶었던 짜장면이 생각나 무너진 만리장성으로 향했다. 문은 열려있는 데 조명이 환하지 않아서 들어가기 전에 식사가 되는지 물어보고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서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곧 짜장면이 나왔다.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그런 짜장장을 납작한 기계 면에 비벼 먹으니 맛있는 맛이 난다.
짜장면 한 그릇을 비우고 나와 와플대학으로 향했다. 와플과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같이 먹고 싶을 때 오는 곳이다. 여기 오면 책을 보거나 지금처럼 글을 쓰거나 한다. 특히 둔촌역에 있는 와플대학은 유리창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쓸쓸하지 않다.
오늘 빌린 책 제목은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난 정말 이런 글은 슬퍼서 절대 보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보고 싶은 마음이 이겼다. 달달한 와플로 기분을 끌어올리고 첫 글 “너무 열심히 산 자의 분노”를 읽었는데 와플의 달콤함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코끝이 시큰해지는 걸 느꼈다. 글 속의 환자가 불쌍한 게 아니라 그 환자의 모습에서 보이는 내가 불쌍하다.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수록 가족과는 멀어졌다는 환자를 보는 의사의 소감이 몇 해 전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이제 눈동자가 시큰하고 눈물이 맺힌다. 죽음은 슬프다. 장례식도 슬프지 않고 죽는 과정도 슬프지 않은데 여기 없게 된다는 게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