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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를 하며 느낀 점: '교사'의 역할에 대한 고찰

현재까지 약 2년 동안 다양한 학생과 과외를 진행하며 든 생각

by 윤진솔

원래 나는 초등학생 시급 - 25000원, 중/고등학생 - 시급 30000원을 받으면서 과외했다. 솔직히 고등학교 3학년 학생처럼 1분 1초가 급하고 중요한,, (좀 더 과외 시간이 무겁고 진지한 느낌) 친구들은 내가 여유 부리며 혹은 그 학생과 맞지 않는 잘못된 방식으로 가르쳤다가는 안 될 것 같아서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고등학생 과외는 아직까지 고1, 고2 학생만 맡아보고 고3은 맡아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시급'에 대해서 사람들은 매우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연세대학교 교육학과를 다니면서 시급을 저정도밖에 안 받으면 과외 학생 댁에 오고 가는 시간과 비용, 수업 준비에 쓰이는 시간과 비용 제외했을 때 남는 게 없다면서 시급을 더 올리라는 사람도 있는 반면, 이미 충분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과외 시장에서 훑어본 결과로는 특히 과외 선생의 '경력', '과목'의 종류와 '학년'에 따라서 시급이 많이 좌우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과외를 처음 시작할 때는 아예 경력이 없는 상태로 시작하다 보니, 시급을 최대한 낮출 수 밖에 없었고, 주로 중/고등학교 영어를 가르치는 다른 또래들은 어느 정도 시급을 받는지 확인하면서 시급을 책정하다 보니 저정도 선으로 잡게 되었다. 누군가에는 저 금액 마저도 매우 비싼 금액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지금까지는 초/중/고 영어 (내신/모의고사/초등학교 Reading, Writing, Speaking 등), 초/중학교 수학, 학습 지도, 수시 생기부 컨설팅 등을 담당해보았고 대부분 과외를 통해 담당하는 과목은 영어였다.

그리고 과외를 구한 방법은 김과외, 지인 소개, 설탭(온라인 화상 과외) 등 다양했으나, 지인 소개와 설탭이 가장 성공적이었다.

*** // 중요한 부분 시작 // ***
주로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 친구들을 과외하며 가르치는 과목, 사용하는 교재, 학습 지도 방식은 학생의 상황에 따라서 다양했다. 의외로 특정 과목이 아니라 '학생이 혼자 자리에 앉아서 꾸준히 공부할 수 있게 도와달라'라는 목적으로 과외를 원하시는 부모님들도 많이 계셨다. 학원 수업처럼 개념을 설명해주는 게 아니라, 옆에서 모르는 게 생기면 도와주고 동기부여도 해주고, 스스로 집중해서 공부하려는 노력이 안 보일 때 잔소리도 해가면서 학생이 혼자서 자리에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길러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과외를 하면서 깨달은 점은 학생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멘토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 나와 가장 잘 맞다는 점이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정확한 개념 설명과 문제 풀이, 그리고 해답 및 오답 과정을 지도해주는 형식의 수업이 가장 잘 맞는 강점이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전자가 훨씬 더 강점이 되었고, 보람도 훨씬 컸다.

사실 과외를 구하려고 할 때마다, 과외 시장에서의 어마무시한 스펙과 경력들 (ex. 00대학교 의예과, 수능 수학 미적분 백분위 100, 0명 ~ 과목 n등급 -> 1등급 성적 상승, XX점 -> 100점 성적 상승 등등) 을 보면서 스스로 많이 쫄았다. '아무래도 실력 있는 다른 많은 과외 선생님들보다 실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은데... 실력자들도 넘쳐나고... 이런 상태에서 과외를 구하는 건 너무 양심이 없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과외를 구하면서도 스스로 의심도 많이 했다. 과외 경력이 얼마 없던 초반에는 '내가 수시로 연세대학교에 들어와서 수학, 영어, 국어에서 내신/수능 모두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고, 또 가르치는 것과 자기 자신이 잘 하는 것은 서로 다른 영역이라서 나 정도면 과외를 구해도 괜찮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 명의 학생을 상대할 때 나정도의 허술한 실력으로 돈만 벌자고 과외를 구하려는 시도가 스스로에게 양심 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잘 가르치는 것과 본인이 잘 아는 것은 별개의 영역이지만, 남에게 잘 설명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먼저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대학교에 들어와서 중/고등학교 과목들을 보지 않은 채로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잊어버리게 되었다. 또한, 잊어버린 개념을 새로 배운다고 하더라도 과외를 할 때 반드시 정확한 내용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설명해야 한다는 철칙이 있어서 쉽게 과외 구하는 홍보를 하지 못한 것도 있다.


그런데 과외 시장에서 학생의 현 문제를 파악해서 그 수준에 맞는 교재로 정확하게 설명을 해주는, 스펙 넘치는 실력자들은 정말 많은 것 같았다. 실제로 내 주변에서 과외를 여러 개 하고 있는 동기들도 너무 많았고, 다들 일단 학벌이 훌륭하니까 지인 소개 과외도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실력자들이 너무 많아서 초반에 내세울 스펙도 없었던 나는, '나에게도 지인 소개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그런데 과외를 한지 1년 정도 되니까 지인 소개가 몇 번 들어오게 되었다. 참 신기하게도 지인 소개를 통해 알게 된 학생들 중에서 스스로 공부를 오래 하기 어려운 학생, 집중력이 약한 학생이 좀 있어서 어쩌다보니 스펙트럼이 넓게 다양한 학생들을 만났고, 이러한 과외 경험들 자체가 나에게 하나의 공부가 되었다.


처음에는 진짜 막막했다.. 학생 부모님께서도 만들기 어려워하시는 '자기주도학습'을 대학생 과외 선생인 내가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겠냐는 걱정이었다... 그런데 과외를 막상 해보니까 과외 학생과의 라포(Rapport) 형성, 과외 학생에게 다가가는 진정성, 그리고 좀 서툴더라도 과외 학생의 성향에 맞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해보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지금까지 과외를 해보면서 느낀 바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나를 정말 좋아하고, 나를 굉장히 재미있는 선생님으로 기억해준다는 점이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과외 첫 수업을 진행하고 집에 오면 '자녀가 선생님을 너무 좋아했다, 수업을 재밌어 했다' 등의 평을 자주 들었다. 처음에는 모든 과외 선생님이라면 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학생과 수업을 하는 입장에서 학생에게 부담이 되지 않게 다가가고 학생의 성향에 맞게 최대한 수업 준비 및 진행을 해보려고 애쓰는 게 학생에게도 느껴졌나보다. 그래서 이 부분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과외를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돌아보며, '학생에 대한 진정성'은 그 학생에 대한 '애정, 관심, 고민'에 대해서 나오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돌아보면, 집중력이 약한 초등학생에 대해서는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퀴즈/토론/발화 등을 통해서 영어에 대한 흥미 자체를 끌어올리려고 노력했고, 자기주도학습이 잘 되지만 방식이나 방향을 잘 모르는 학생에 대해서는 교재를 바꿔가면서 학생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물어보는 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또 어떤 경우에는 매일 매일 과제 확인이 필요한 학생도 있었고, 소심해서 대답을 하지 않는 (그래서 제대로 이해를 한 건지 안 한 건지 모르겠는) 학생에게는 정말 질문 공세가 필요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새로운 학생 한 명을 맡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특이한 케이스로, 현재 외국에서 유학 중이지만 방학을 맞이하여 잠깐 한국에 돌아왔고 영어 실력이 녹슬지 않기 위해 TOEFL과 SAT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 학생에게는 집안 분위기 및 부모님과 관련된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스스로 집중해서 계속 공부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선생님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한 상황이었다. 동시에 심리적인 케어도 필요했다. 이는 흔히 말하는 '수험생 멘탈 관리'와는 좀 결이 달랐는데, 학생 스스로 공부할 의지가 있지만, 동기부여, 자신에 대한 객관화, 올바른 학습 방향으로의 지도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학생과 첫 수업을 진행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른 형제보다 공부 실력이 좀 떨어지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거의 대부분의 원인을 자기 탓을 하고, 스스로에게 상처가 되는 부정적인 말을 하면서 공부를 하기 힘들어하는 학생을 지켜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다. 공부를 할 의지, 능력, 그리고 꿈이 충분한 학생인데, 주변의 환경과 외적인 요소에 의해서 시작부터 좌절되는 이러한 학생들이 많다는 현실이 슬프고 불공평하다고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학생에게 더욱 애정과 마음이 갈 수 밖에 없는 것 같고, 동시에 책임감도 더 커지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과외를 하며 든 생각은 다음과 같다. 이 세상에는 정말 정말 다양한 환경 아래에서 성장하고 있는 다양한 학생들이 있다. 특히 요즘처럼 구하고 싶은 정보 구하는 게 너무나 쉬워진 세상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해주는 것 뿐만 아니라, 1) 학생의 성향에 맞게 학습 방식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과외 선생이 없어도 학생 스스로가 본인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2) 좋은 가치관을 전달할 수 있는 선생의 역할이 정말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고퀄리티의 컨텐츠가 많이 양산된다고 해도, 올바른 가치관을 전달하고, 올바르게 학생을 성장시키는 선생님&교사의 역할은 절대로 AI 따위로 대체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술로부터 '도움'은 충분히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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