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디렉터 & Chief Design Officer
처음 심사는 대학원 선배의 추천으로 시작되었다.
운이 좋게도 처음부터 국방부, DDP, 국제디자인어워드 등
굵직한 행사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추천으로 위촉되는 것은 간헐적이고 횟수에 한계가 있었다.
나는 심사가 단순히 점수를 매기는 일이 아니라,
디자인 현장과 교육, 산업을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라고 생각했다.
심사는 내게 강의, 출판과 함께 내 커리어에서 자유롭게 흐르는
세 가지 파이프라인 중 하나이며,
디자이너와 산업, 사회를 잇는 의미 있는 역할이었다.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심사에 참여하기 위해 나는 스스로 발로 뛰기 시작했다.
예전에 근무했던 회사에서 열리는 각종 공모전이나 자문 관련 행사에 내가 심사위원으로 위촉될 수 있도록, 직접 회사에 연락을 취했다.
솔직히 쑥스러웠지만, 간절함이 부끄러움을 눌렀다.
다행히 이전에 내가 맡았던 업무 태도와 성과를 좋게 평가해 준 회사들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왔고, 지금도 그 회사의 공모전 및 각종행사의 자문 및 심사위원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영역을 뚫는 일은 어려웠다.
심사위원 정보는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ChatGPT, jamminAI, Perplexity 등 다양한 AI를 총동원해 DB를 찾기 시작했고,
데스크탑에 ‘심사와 자문’이라는 폴더를 만들어 모든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조사 끝에 각 지역 디자인진흥원마다 심사위원 DB가 있고,
지역 디자인 통합 플랫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사이트, 링크, 등록 완료 여부를 표로 기록하며 하나하나 등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일주일 만에 <부산국제디자인어워드>에서 바로 연락이 왔고,
최근에는 2025 부산국제디자인어워드(IBDA) 실물 심사위원회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석에 앉아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심사는 단순히 작품을 평가하는 일이 아니었다.
강의와 출판처럼 내 경험을 바깥으로 꺼내는 통로였고,
동시에 현장의 새로운 흐름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배움의 자리였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시각과 접근 방식은 내 디자인 철학을 확장시켰다.
학생들에게 전할 메시지에도 더 많은 결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창의적인 작품들을 접할수록 나 자신이 더 배우고 있음을 느꼈다.
결국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었던 건 내가 아니라, 나의 시선이었다.
작품을 평가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가 평가받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