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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ngwon LEE Jul 11. 2024

너 정말 맞니? '내 생각'

나의 취업 이야기

친절한 문자

"귀한 시간을 내어 면접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아쉽지만 내부 조율 결과 이번 채용에서는 함께 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다시 한번 소중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지원자님의 성공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조용하다. 12월 끝자락의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틀어놓은 난방은 5평짜리 원룸을 넉넉하게 잘 데워주고 있다. 의자에 걸터앉은 나를 향해 모니터는 환하게 빛을 발한다.

'이제 다 끝났네'

왜 생각을 못했을까. 왜 당연히 합격하는 것으로 보았을까. 물론 모두가 합격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그곳에 포함될 줄은 몰랐다. 내 마음속 한편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온다.

'어떡하니. 넌 뭘 해도 잘 되는 게 없구나'


갑자기 방 안의 공기가 답답해진다. 창문을 열어 차가운 바람을 한껏 들여본다. 노트북은 켜 놓은 채 바닥에 깔아놓은 매트릭스에 누워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본다. 무언가 하고 싶지만 힘이 나질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사촌동생이 들어온다.

"히야, 뭐 해ㅋㅋ 면접 결과는 발표 됐나"

"어ㅋㅋ 다 떨어졌다. 아휴..."


나는 4학년 때부터 사촌동생과 함께 학교 앞에 원룸을 하나 얻어 자취하고 있다. 4살 터울의 동생은 어릴 때부터 주위에서 함께 자라왔고, 어쩌다 보니 학교도, 학과도 같다. 통학도 충분하기에 자취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동생이 자취를 하고 싶다고 이모에게 이야기하면서 내가 함께 지내게 되었다. 나도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콩나물시루 같은 막차에 끼여서 집에 가는 것이 싫었는데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니도...?

계속 누워있을 순 없기에 (뭔가 자취방에서 대낮에 혼자 누워 있으면 잉여인간이 된 것 같다.) 친구들에게 카톡을 한다.

"뭐하노"

"그냥 있다ㅋㅋ 형은"

"아 나 다 떨어졌다. 니 학교로 올래?"

재수를 해서 학교에 들어갔기에 사실 동기들은 나보다 대부분 한 살 어리다. 그래서 동갑내기에 비하여 조금 거리감이 생기기도 하였지만, 그 와중에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사귈 수 있었다.


학교에서 만나서 향한 곳은 코인 노래방이다. 오락실 안에 위치한 코인 노래방, 방 수는 대략 10개 정도 되며 대박인 것은 한 곡에 100원인 것이다. 100원에 한 곡이라니...! 습관처럼 노래를 부르고 나서 맞은편에 있는 분식집에 간다.

"야 니는 어떻게 됐는데?"

"나도 다 떨어졌다ㅋㅋ"

"헐. 진짜가?"

"어ㅋㅋ...."

여름에 삼성전자에 인턴으로 합격까지 한 놈인데, 다 떨어졌다니... 위로하는 척하면서 또 한편으로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졸업을 할 무렵이면 당연히 다 취업을 하는 줄 알았다. 그것도 골라서 말이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주위 선배들 중에 취업을 못 한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대기업에 취업을 하였다. 학과 공부를 나보다도 못한 날라리 선배조차도 대기업에 취업하였으니, 나는 당연히 들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들통난 거짓말

사실 아직까지 떠오르는 면접 에피소드가 있다. 여의도 쌍둥이 빌딩에서 기술 면접을 볼 때였다. 면접관에게 자기소개를 하다가 4족 로봇을 코딩해 본 적이 있다고 구라를 쳤다. 제대 후 복학하고 나서 가입한 학과 동아리에서 선배들이 만든 4족 로봇을 보았었고, 적당히 나의 능력을 좋게 보여주기 위해 나도 그 코딩에 참여한 것처럼 말하였다. 별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아 그래요? 좋은 경험 하셨네요. 그러면 0부터 100까지 합을 산출하는 코딩만 간단히 지금 해 볼래요?"

"어... 칠판에다가 적으면 될까요...?"

"네, 그러세요"

"네, 알겠습니다."


int main() {

    int sum = 0;

    for (int i = 0; i... 아 뭐였더라...


분명히 학교에서 짜본 적이 있는데, 굉장히 간단한 예재인데... 어떻게 하는 거였지? 기억이 안 난다. 당황된다. 이제 구라 친 것이 까발려진다. 면접관들의 눈빛을 통해 그걸 느낀다.


"... 됐습니다. 자리에 와서 앉으세요."

"네..."

"뭐 다른 것 이야기할 게 있나요?"


횡설수설 면접을 마치고 나왔다. 화장실에 비추어진 나의 모습이 한심하기 그지없다.

'니... 대체 지난 시간 동안 뭐 했노...?'


결과는 불합격이다. 나와 함께 하고 싶은데 회사의 내부 조율 결과 '이번에는' 함께 하지 못하여 아쉽다고 한다. 그리고 건승을 빌어준다.


졸업, 그 후의 거취

우선 졸업을 유예할지 결정해야 한다. 반갑게도 나와 친하게 지내는 동기들 중 세 명이 나처럼 취업이 되지 않았다. (감사하여라...) 이 녀석들은 모두 졸업을 유예한다고 한다. 그게 지금까지 알려진 정석이다. 그런데 나는 왠지 유예하고 싶지 않다. 뭐 공백이 있든 없든 회사에서 봤을 때 차이가 있어 보일까? 그들도 상황을 다 알고 있지 않을까? 할 수 없이 졸업을 유예했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졸업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자, 그럼 다음으로 결정해야 될 것은 거취다. 학교도 졸업했겠다 이제 자취방에 있지 않아도 되는데, 어떡할까? 고민을 하다 상반기 취업 준비 할 때까지만 자취방에 머무르기로 하였다. 그래도 학교 도서관이 공부하기 좋으니까, 이곳에서 시간을 집중하고 싶었다. 이렇게 나의 한 해는 지나간다.


뜻밖의 합격

어느덧 시간이 흘러 취업에 성공하였다. 사실 뜻밖의 결과였다. 유일하게 연구분야가 아닌 곳에 지원을 하였는데 합격을 하였다. 영어 면접도 잘하지 못하였고, 최종 임원 면접에서도 주목받지 못해서 틀림없이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기대를 접고 있었는데, 다른 곳은 다 떨어지고 웬걸... 여기만 합격하였다. 예상 밖의 일이지만 기분은 너무 좋다...!!

"아버지, 저 합격했어요."


헬스를 마치고 씻고 나와서 합격 문자를 보자마자 여기저기에 연락을 하였다. 모두들 잘됐다고 축하해 주었다. 이제 나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겠구나.



아버지의 심정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그때 순간이 기억난다. 그리고 동시에 아버지는 어떤 마음이셨을까 생각해 본다.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재수를 할 때도,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하지 못했을 때도 나무라지 않으셨다. 별 이야기 없이 저녁에 외식을 하러 갔다. 그러고 나서 평소와 다름없이 대해 주셨다.


아버지는 아들이 좋은 곳에 합격했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하신 것이 아니었다. 잘 안 돼서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었다. 인생이 몇 번 꼬였다고 생각하지도 않으셨다. 그건 전부 '내 생각'일 뿐이었다.


내 생각을 믿는 동안 아버지의 마음을 볼 수 없었다. 진짜와 다른 내 생각 속의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고 그것을 사실이라고 여겼다. 면접에서 바보같이 대답한 것보다 더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


10년 전과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제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손주를 바라보는 아버지를 보면 전에는 보지 못했던 마음이 보인다. 그리고 그 마음은 손주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의 내게도 향하고 있음을 안다.



취업을 준비할 때는 마음이 졸입니다. 잘 안 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됩니다. 이것만 보면 무조건 합격합니다 그런 것은 100% 거짓말이죠. 그래도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취업을 도와주는 가이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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