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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그린 Sep 10. 2024

머릿속에 못된 생각을 가진 누가 있어 12

살면서 만들어진 내 머릿속 코딩값

(동실이는 강아지도 고양이도 아니에요. 동실이의 소개는 1화에서 만날 수 있어요.)










"동실아... 난 왜 그럴까?

자꾸만 머릿속 어딘가에 못된 생각을 가진 누가 있는 것 같아.

대체로 긍정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좋게 생각하려고 애는 쓰는데 동시에 못된 생각도 같이 쑤욱 올라오곤 해. 이거 왜 그러는 것 같아?"



'음... 잠깐만... 생각 좀 해볼게...,

근데 주로 어떤 상황에서 그런 것 같아?'




"그러게, 나 언제 주로 못된 생각이 나더라...

그러고 보니 '그런 생각이 자꾸 난다'라고만 생각했지 내가 어떤 상황이었을 때 그러는지는 또 생각을 안 해봤네.




'잘 생각해 봐.

대체적으로 좋은 생각을 한다면 아닌 경우는 간혹이라는 거잖아.

그 간혹이 어떤 순간이었을 때 인지만 정리해 보면 될 것 같은데?'




"맞아, 그 간혹이라는 순간...

생각해 보니 내가 만든 어떤 좋은 기준의 틀, 기대의 틀에서 벗어난 사람이나 상황을 직감할 때인 것 같아.


그런 때 나는 나쁜 생각 그 이상의 못된 생각을 하면서 행동하고 후회할 말을 하는 것 같아.

더 싫은 상황은 그렇게 행동하고 말을 뱉고 나서는 곧바로 그런 나를 많이 혐오한다는 거야.


내 안에 동실이 네가 있지만 동실이 말고도 또 누가 있는 것 같아.

이건 마음속이 아니라 머릿속에 있어.


내가 만든 행복의 기준이나 옳고 그름의 기준은 살면서 보고 듣고 배운 대로 인위적으로 머릿속에 코딩된 것 같아. 난 그 코딩된 것을 믿고 받아들이며 애쓰며 살아가는데 그것에 어긋나게 하는 누군가나 상황을 보면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오작동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아... 머릿속의 상황을 마음속의 나에게 묻고 있는 거구나.

그리고 괴로운 이유는 못되게 행동하고 말했던 외적으로 보여진 나쁜 모습의 네가 싫어지는 것이고.

혹시 그런 못된 생각조차도 하고 싶지 않은 거니?'



"동실아, 나는 마음과 머릿속 그리고 행동과 말까지 모두 일치되고 싶어.

이건 어려운 걸까? 이것이 다 따로일 때 불안하고 기분이 좋지 않아."




'너는 긍정적이고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니?'




"당연히 그러고 싶지. 그렇게 살아야 좋은 거 아니야? "




'그렇게 살아야 다고 누가 말해줬어? 그걸 확신해?'




"몰라, 그냥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배운 거 같은데.

어떤 게 착한 건지,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긍정적인 건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 건지, 책과 강의로

과거 어른들 말씀들, 영화와 드라마로..."




'그럼 너는 그렇게 배운 것들에서 어긋나면 나쁘다고 인식하고 머릿속에서 거부감이 일어나는 거구나?'



"아마도, 그런 것 같아.

혹시... 지금까지 내가 받아들인 옳고 그름의 기준이 틀렸다고 말하는 거야?

그렇다고 한다면 난 정말 혼란스러울거야.

지금 이 순간까지 그것들을 지키며 살아오느라 얼마나 애썼는데..."




'아니야, 틀린 건지 아닌지 나도 모르지. 난 네 안의 마음, 동실이일뿐이잖아. 

난 그저 묻는 거야.

네가 지금까지 차곡차곡 머릿속에 입력해 둔 값들이 정말 제대로 맞는지 하고.

혹시라도 네가 최근 들어서 그 간혹이라는 순간이 잦아진다면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는 순간도 많아지는 건데 그러면 나도 너무 괴롭거든.

그래서 묻는 거야.

현재 네 머릿속 기준 목록에 여유 없이 가득 담아둔 건 아닌지, 세월은 흘러서 과거와 달라진 것들이 많은데 여전히 예전 그대로 두반응하고 있지 않은지 말야.


난 해결 방법은 모르지만 너의 머릿속 코딩에 오래된 것들버리고 넉넉한 상태가 되면 머릿속 스파크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 거야.

나는 네 안의 있는 마음이고, 네가 힘들어하면 내 마음도 불안해져.

네가 평온하면 난 행복하니까. 그래서 마음으로 생각하고 함께 고민할 뿐이야.'




"그런가, 내가 너무 엄격한가...

나는 스스로에게 내 기준을 적용하며 나름 바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는데 동실이 너의 생각을 들어보니 타인과 외부 상황에많이 엄격했나 싶네.

말로는 둥글게, 심각하지 않게, 진지하지 않게, 가볍게라고 해놓고 실제로 머릿속은 계속 자로 재며 살고 있었나 봐. 그러니 매번 다 잘못된 것 같고 화가 나고 차라리 안 보려고 외면하고 그랬나 봐.


만약 머릿속에 프로그램 종이가 들어 있어서 잠깐 꺼낼 수만 있다면 지우개로 웬만한 건 좀 지우고 기본만 적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래서 어지간한 상황이면 진심으로 하나도 거슬리지 않은 너그러운 마음과 표정, 말로써 외부와 상대하고 싶다.


머릿속 종이는 꺼낼 수 없지만 진짜 종이에 한번 적어 봐야겠어. 지금 현재 내가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뭔지. 뭐였으면 하는지.

최대한 심플하고 가볍게 살면서 화내지 않고 미워하며 살고 싶지 않아. 나와 너를 위해.


동실아, 너는 해결방법을 모른다고 했지만 이유는 알려준 것 같아.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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