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죄책감 그리고 내면 합리화 과정 기록장

은근 바보 같은 일상과 생각

by 글구름

집에서부터 만보를 넘게 걸어서 내내 가고 싶던 아차산 신토불이에 도착했다.

허겁지겁 먹을 것 같은 모습을 피하려고 무척 허기진 시점이 아닌 애매한 시간을 타이밍으로 잡았다.


하지만 식사시간과 전혀 무관해도 한참을 줄을 서야 했고, 기다리면서 안쪽 메뉴판을 확인했다.

떡볶이 1인분(4천원)과 1인 세트(7천원) 사이에서 갈등이 되었다.


그러다가 머리가 시켰다.

이렇게 줄 서서 기다리는데 좀 많아도 당연히 1인 세트로 주문해야지.

대신 요즘 소화력이 떨어졌으니 반만 먹고 포장하라고도 시켰다.



기대하던 떡볶이 세트를 마주하자 나는 또 이성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3분에 2를 넘겨버렸고 포장해서 가기에는 우스운 양이되어 있었다.


배가 부르고 더부룩한 상태도 되었지만 이만큼을 뭘 남기나 싶어서 결국 저승 가서 벌 받을 일 없게 깨끗이 클리어했다.


"잘 먹었습니다."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나오며 '어라라... 이게 아닌데... 나 왜 다 먹었지' 후회와 죄책감이 스멀스멀 몰려왔다.


많이 먹으면 힘이 나야 맞는 것 같은데 반대로 먹는데 에너지를 쓴 건지 돌아갈 때는 걸어갈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어쩌면 목적달성 후여서 간사해진 몸뚱이였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며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자제가 안되는가' 하며 자책하다가 돌연 생각의 전환을 하기 시작했다.


'나 많이 먹은 거 아니야! 생각해 봐, 애슐리나 고기 무한뷔페에 갔을 때 보단 먹은 양도 훨씬 적고 가격도 저렴해! '라고 머릿속에서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샤워 후에 나는 다시 평안을 되찾았다.

'맞네. 많이 먹은 건 아니네. 그냥 소화만 무사히 잘 시키면 되겠어'라고 생각하니 떡볶이에 대한 죄책감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ㅎㅎ


이제 앞으로도 뭔가를 먹고 죄책감이 들 때면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구나 팁을 얻었을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