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뜬금없는 시인 이야기 16

by 정현민

카페에서


눈부신 빛의 줄기가 십자로 퍼지는

붉고 환한 전구색 조명 아래

등을 반쯤 기대어 앉을 수 있는

불편하지 않은 자리에 머무르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옅은 붓자국을 남기며

밝은 회색 페인트를 덧칠한

넓고 높은 벽이 무심히 나를 본다.


네모난 화면과 마주한 둥근 테이블은

손과 눈이 꽤나 분란하고

오래된 친구와 마주한 사각 테이블은

입과 귀가 몹시도 소란하다.


난 가장 구석자리에 앉아

창 너머 정지선에 멈춰 선 차를 보다가

갈 길 바쁜 사람들의 정수리를 보다가

깜빡이며 나아가지 못하는 커서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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