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故人)

알 수 없는 인생 이야기 31

by 정현민

고인(故人)


당신은 지금

사진 속에 계시네요

눈 한번 깜빡임도 없이

그저 나를 보시네요


정든 이름 석 자

허망하게 놓아버리고

창졸지간 낯선 이름

고인이 되어

나를 부르셨습니다.


나는 지금

당신 앞에 섰습니다.

생시인지 알 수 없어

가늘어진 눈으로 봅니다.


고개 숙인 검은 내가

휘청이며 흔들립니다.

고개 숙인 하얀 꽃이

파르르 흔들립니다.


반가워 꼭 마주 잡던 손은

갈 곳이 없습니다.

홀로 선 나의 빈 잔은

긴 시간 채워지지 않습니다.


멀리서 보일 듯 말 듯

눈이 마주칩니다.

당신은 웃고

나는 웁니다.

당신도 울고

나도 웁니다.


잊어야 하지만 잊을 수 없어

잊지 못하고 잊고 살겠지요


웃는 얼굴로 가시네요

참으로 다행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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