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회고록- 국가가 우리의 청을 묵살할 때

by 오순영

국가가 우리의 청을 묵살할 때


국가에게 우리를 살던 대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할 때 국가가 거부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가 우리의 청을 들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계속 어린애처럼 들어달라고 징징대며 졸라야 할까?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 벌써 2년이나 되었다. 내가 국가에게 살게 해달라고 외치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훨씬 전이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은 죽어가고 병들어가 가고, 자유와 권리를 잃고 노예가 돼 간다. 어떤 사람은 사느냐 죽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벼랑 끝에 몰려서 도덕과 양심을 잃어가고 있다. 처음 외치기 시작하던 때보다 나빠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이것저것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여행도 다녀보고 싶고, 더 돈도 벌고 싶고, 내 가족을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더 나은 삶을 살아보고 싶다. 나는 정말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


모든 국민이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 통치나 당하려고 국민이 된 것이 아니다. 국민이기 전에 독립된 인간이고 싶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가장 적게 통치하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라고 믿는다. 가장 많이 통치하는 정부가 가장 나쁜 정부라고 믿는다. 사람을 살리는 좋은 정책은 국민을 존중하는 올바른 정부에서 나오고, 사람을 죽이는 악한 정책은 국민을 적으로 보는 나쁜 정부에서 나온다는 것을 믿는다. 나는 자유방임정도는 아니더라도, 세계의 어느 곳보다 개인의 자율성이 지켜지는 나라에서 살고 싶었다.


너무나 많은 시간이 청하고 외치는데 낭비되었다. 사람들은 청하고 외치는 자에게 용기 있다고 응원하지만 그들 역시 기다리고만 있다. 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법이 바뀔 때까지, 정권이 바뀔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것이다. 왜냐면 거악의 정부를 쓰러뜨리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대신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정의롭고 올바른 정부에서 법을 위반하는 사람은 정말로 나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국민을 적으로 여기는 사악한 정부에서 법을 위반하는 사람은 정의로운 사람일 것이다. 데이비드 소로는 정의롭지 못한 법률을 고치려고 노력하면서 성공할 때까지 복종해야 할까 아니면 당장 그 법률을 위반해야 할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그 대답은 오늘 한국의 상황에서 더욱 명백해졌다. 당장 불의한 법률을 위반해야 한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고 많은 사람이 죽고 박해받고 있으며,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무제한의 통치를 당하기 전에 모든 강제와 명령을 당장 불복종해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청해도 국가가 묵살할 때 국민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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