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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이미 Jul 10. 2024

작은 자유가 주는 소소한 행복

대구에서 딸과 약속이  있는 날이다.
아침 5시에  일어나 동태전을 굽고  매운탕을 끓여
엄마에게 드릴 음식을 마련하면서 오랜 객지 생활로  집밥이 그리울 딸을 위해 간단한 엄마표 도시락을

준비하였다.

바쁜 일상에 배민 음식으로 프랜차이즈 음식을 이제 기피 하고 싶다는  딸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침에 좀 부산하게 움직였더니 시간이 벌써 저만치 달아나 버렸다.


평일의 출근시간대를 지나서인지 열차 안은  나를 포함하여  명이 타고 있다.



아침 8 시 29 분발

참, 쾌적하다.
SRT 316호 열차를 타고 9시15분 동대구역에 내렸다.

서울서 내려온  딸은  이미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딸은 학회 참가차 내려오면서 나와 잠깐 보기로 한 것이다.


학회 참가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나와  같이 먹을 대구의 맛집을 조사했다고 한다.

동대구역 !

동대구의 상징인듯 신세계백화점이 자본주의의 대명사처럼 자리하고 있다.


딸은 앱을 이용하여 유명하다고 소문난 동대구역 근처 콩국수 맛집을  찾아  갔다.


아뿔싸!
문이 닫혀 있다.

그 옆 담배 피우며 소담하던 노인 무리들이
묻지 않았는데도 


"오후 1시부터 영업 시작이라""
거센 대구 억양으로  첫음절 악센트  넣은 반말 던지는 소리!

굳게 닫힌 맛집 간판 구경만 하고   동대구인접한  신세계 백화점으이동하였다.

딸이 준비한 다음 안은 백화점 안 음식점이다.


개점 줄을 서서 대기 해야 먹을 수 있는 '온기정'을 정하고 이동한다.


'개점 시간전이니 기다리진 않겠지' 하고 올라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벌써 예닐곱 팀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20분 정도 기다렸다. 대기순번이 되어 입장하고 텐동을 딸이 주문하였다.



우리 전통음식 7첩반상을  양반 음식이라 한다면

한 그릇에 다 몰아넣는 게으른 밥상,
상놈 밥상이라 ᆢᆢᆢ


음식은 그 나라 문화를 반영한 것인데
축소지향의  일본식이라
농담하며 식사를  마쳤다.

디저트 먹으러 이동 한다.


서로 좋아하는 것을 주문하고 오랜만에 블루베리쥬스를  주문하고 그간의 일을 설왕설래 한다 .

입안에 머무는 과즙의 알갱이가 신선하다.


우리가 대화하는 동안
어느 새 자리를 다 메운  카페!


파리 날리다가 나만 가면 , 문전성시를 이루는 매장이 되는 것을 또 경험한다.


나의 조바심 발동!


사람들이  붐벼서  앉을 자리가 없다. 서서 빈자리가 나기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읹아 있는 게  늘방석이다.

딸은 이런 나의 태도가 못마땅하다는 눈치다.


넌지시  앉아 있는 여유를 가지라고 잔소리 한다.

어디 그게 쉬운가? 바쁘게 살아온 우리 세대에게 그것을 주문하는 것은 어렵고  잘 고쳐지지 않는다.


비싼 음료대 내고 들어외서 속전속결로 마시고 가는 사람은  나뿐일 것이라  놀리며 잔소리를 반복이다.


 대구 지하철을 처음 타보았다. 딸은 학회가 있는 경북대로 향하고 나는 딸이 묵을 숙소로 향한다.


오후 2시!
지하철 풍경은 십중팔구 노인들이다.
노령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 단면을 실감한다.

마트용 수레를 끈  노인들 모습, 피곤한지 눈을  가늘게 감은 사람들, 옆에서 큰소리로 친구와 이야기를 아무꺼리낌 없이 조잘대는  무리들이 마주보며 지리를 석권하고 있다,


사람들을 훑어보니 어렵게 살아가는 도시의 궁핍한 모습이 비친다.

자가 운전하는 세월 동안 볼 수 없었던 인간 시장의 모습이었던가!

왠지 씁쓸해지는 오후 시간! 내려쬐는 햇빛을 받으며 숙소를 헁했다.


딸이 돌아온 시간은 저녁 일곱시 무렵이다.

난 준비해 온 도시락을 내서 딸에게 내밀었다.

가볍게 핸드백만 메고 올것이지 가져왔다고

타박하던 딸은   뜨더니 호텔식사보다 맛있다고 한다.


" 솜씨를 내가 아는데 , 이건 무슨 말?"


오랜 직장 생활해도 집안일은 손수 던 터라

요리는 못해도  평범한 음식은  조금 하는 정도이다.


내 요리 솜씨가 어찌 호텔식보다 나으랴마는

이는 매식한 자가 그리워하는 정성어린 집밥 때문에 받는 극찬일뿐

그동안 법다운 밥 먹지 못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타박 주던 딸의 모습은 사라지고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런 것들은  내가 백수가 되고 나니  누리는 이다.


그리고 오늘 내리쬐던 햇빛!

여름볕이 이렇게 따가운 적이 언제였던가?


매미 울음 소리로 여름이 깊어짐을 알고

켜진  에어컨으로 여름을 알던  예전의 나와는 달리

요즘의  일상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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