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만 노랗던 은행나무
날씨: 맑음
최고기온: 24도
최저기온: 17도
아침에 일어나 드디어 긴팔옷을 입었다. 여름에 입던
반팔옷을 내던지고 따듯한 옷을 입으니 더운 날은
가고 연말이 다가온 게 느껴졌다. 어느새 10월이
반이 갔다. 나가보니 날은 쌀쌀하고 해는 추웠는지
구름을 이불 삼아 덮고 있었다. 나는 이런 계절이
좋다. 뜨거웠던 봄과 여름이 지나 가을과 겨울이
찾아오면 감성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연말이 되면
그간 보내온 나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보내온
그간은 따듯했을 수도 있고 차가웠을 수도 있지만
마음속에 담겨있던 그날들은 가슴의 온기에 데워져
겨울의 찬 공기 보단, 사람 손을 못 잡아 본 지 오래인
내 손보단, 슬픔 보단, 그리고 내 눈물 보단 10배,
100배 더 따듯할 것이다. 그날들이 아무리
비참할지라도 그보다 더 비참한 추움속에선
하나의 꽃이 되어 나를 비출 것이다. 그래서 그날들을
볼펜으로 종이에 하나하나 새겨 앞으로 다가올
그 추위를 따듯하게 만들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