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어른의 특징
아이는 의존적인 존재이고, 어른은 아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의존성을 버리고 스스로 몸과 마음을 세워야 합니다. 이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직립이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어른의 양육을 통해 잘 먹고, 놀고, 자면 어느 순간 직립에 도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천 번 넘어지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일어서서 여러 가지 놀이를 소화할 수 있게 됩니다. 육체가 ‘먹고 놀고 쉬기’를 통해 직립을 이루는 것입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평균적으로 20살이 되면 어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온전한 어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의존성이 남아 있는 ‘어른아이’가 많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되려면 정신이 자립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신도 ‘먹고 놀고 쉬기’를 잘해야 합니다. 그 양분은 바로 정보와 지식입니다. 거짓 정보로 가득한 세상에서 최소한으로 검증된, 건강한 지식은 인문 고전과 단행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지식을 얻었다면 주제를 사유하고, 글로 적고, 대화를 나누며 놀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지식은 자기화되어 소화됩니다. 이처럼 정신이 먹고 노는 과정은 그 자체로 건강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건강해도 스트레스로 쌓이면 해롭기에 명상으로 휴식해야 합니다. ‘먹고 놀고 쉬기’를 통해 정신의 자립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정신이 자립했다는 지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을 때 자신의 발버둥으로 세상을 지켜낸다면 자립한 것입니다. 둘째,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마음이 흔들릴 때 자신의 주관으로 감정을 소화한다면 자립한 것입니다.
육체와 정신의 자립을 이루었다면 다음은 경제적 독립입니다. 어른이라면 의식주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권은 생존에 직결되기에 의존하고 있다면 그 사람의 눈치를 보며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독립적인 어른으로 살고 싶다면 경제적 독립은 필수입니다.
직립과 자립 그리고 독립까지 이뤘다면 성인成人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야 한 명의 사람이 된 것입니다. 그다음으로는 힘을 확장해야 합니다. 친구와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직립, 자립, 독립을 돕기 위해 몸과 마음의 힘을 갖추는 것입니다. 이것은 군자의 길이고, 보살의 길이며, 성인聖人의 길입니다.
이러한 자기완성의 길은 사띠의 확립에서 시작됩니다. 사띠는 자신의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에 깨어있는 힘입니다. 주의력이라고도 부르는 사띠는 삶을 바꾸는 마스터키입니다. 얼빠진 상태로 다른 대상에게 주의력을 빼앗긴다면 단 하나의 삶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이 열쇠를 지닌 사람만이 인생의 작가이자 주인공으로 살 수 있습니다.
사띠의 확립을 이루는 과정에서는 세 가지 공덕을 각립覺立하게 됩니다. 첫째, 말과 행동에 깨어있는 위의의 각립입니다. 둘째, 세상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태도인 자비의 각립입니다. 셋째,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꿰뚫어 보는 지혜의 각립입니다. 공자는 군자에 대해 이렇게 묘사합니다.
멀리서 보면 위엄 있고, 가까이 다가가면 친근하며,
대화를 나누면 정신이 깨어난다.
멀리서 본다는 것은 홀로 있는 순간임을 의미합니다. 홀로 있는 순간조차 긴장을 풀고 위엄 있다면 위의가 각립된 것입니다. 또한 용기 내서 다가온 상대방에게 열린 마음으로 친절하게 대한다면 자비가 각립된 것이며, 상대방의 정신이 번쩍 들도록 진리를 꿰뚫는 대화를 나눈다면 지혜가 각립된 것입니다.
공자는 <논어> 전반에 걸쳐서 인仁을 강조합니다. 이것은 다름 아닌 사띠입니다. 면전으로 다가오는 경험에 깨어있고, 순경과 역경에 휘둘리면서도 마음을 챙기며,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삶에 전념하는 사띠는 깨어나는 것이자 깨치는 것의 시작이며 끝입니다.
자신을 바로 세우는 과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육체의 직립은 활력을 익힐 수 있고, 정신의 자립은 단단한 마음을 얻을 수 있으며, 경제적 독립은 어른이라는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어 사띠의 확립은 삶의 주인이 되는 열쇠를 얻게 하며, 각립은 망상의 꿈에서 깨어나 세상의 진리를 깨치게 합니다. 아이가 어른으로, 어른이 존경할 만한 성인으로 나아가는 어른수업을 시작해 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