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웅이 아닌 사람들을 바라보는 마음
제가 좋아하는 영화 시리즈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스타워즈도 그중 하나입니다.
Star Wars: The Force Awakens이 개봉한 이후로, 저는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극장을 빌려 단체 관람 행사를 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코스튬을 입고, 즉석 연기를 하면서 함께 “May the Force be with you”를 외치는 일은 정말로 즐거운 추억입니다.
그런데 어떤 영화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기억됩니다.
어느 날 저는 홀로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그날에도 코스튬을 입고 극장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 영화는 어쩐지 조금 쓸쓸하게 보았습니다.
스타워즈 때와는 달리 코스튬을 입은 사람은 저 혼자였고, 관객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날의 일을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스타워즈나 마블 영화처럼 아주 유명한 작품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로 읽는 마음’,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바라보는 이 시리즈에서 이 영화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금 어색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이 이야기를 꾸준히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 역시 그중 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가끔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왜 나는 아직도 이 작품을 사랑하고 있을까.
그리고 지금도 이 시리즈를 기억하며 코스튬을 입고 즐기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이 작품에서 읽을 수 있는 마음이 조금 특별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마음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이야기를 통해 우리 인간의 마음을 바라보는 이 시리즈의
한 단락을 마무리하는 이야기로서 말입니다.
대학에서 쫓겨난 사람들,
영웅 이야기는 보통 이렇게 시작하지 않습니다.
대개는 위대한 능력을 가진 사람, 혹은 특별한 운명을 가진 사람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고스트버스터즈는(Ghostbusters)는 조금 다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대단한 영웅이 아니라 어딘가 덜떨어진 과학자들입니다.
그들은 대학에서 초심리학 연구를 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구라고 해 봐야 그럴듯한 것도 아닙니다.
학생에게 초능력 카드를 맞히게 하면서 한 학생에게는 몰래 전기 충격을 주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 실험을 진행하는 사람은 피터 뱅크먼. 초심리학 교수라고 하지만 어딘가 사기꾼 같은 분위기가 있습니다.
옆에는 진지하게 데이터를 모으는 레이 스탠츠와 사람보다 실험에 더 관심이 있는 이곤 스팽글러가 있습니다.
하루는 그들이 뉴욕 도서관에 출동을 나갑니다.
그들의 연구 주제 중 하나인 초심리학, 유령이 나타났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죠.
도서관에 나타나 책을 읽는 유령. 정말로 기묘하기 이를데 없는 일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이 말을 걸자 유령이 조용히 하라고 하는 장면입니다.
유령조차 도서관에선 소란을 떨면 안 된다는 상황.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달려듭니다.
"그녀를 잡아(Get Her!)"
유령이 화를 내고 그들은 정신 없이 달려서 도망칩니다. 그들이 절대로 영웅이 아니란 걸 보여주듯이.
그런데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들이 돌아오자, 연구실은 정리 중이었죠.
대학이 결국 이들을 연구실에서 쫓아냈습니다. 유령 연구 같은 쓸데없는 짓에 더 이상 돈을 쓸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이들은 깨닫습니다.
이제 정말 먹고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이들이 떠올린 직업이 바로 이것입니다.
유령 사냥꾼(Ghostbusters).
유령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잡아서 돈을 받으면 된다는 발상입니다.
사실 이 발상은 영웅적인 사명감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냥 “할 일이 없으니까 해보자.” 정도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시작은 영웅의 탄생이라기보다 사업 창업에 가깝습니다.
그들은 뉴욕의 오래된 소방서를 빌려 사무실을 만듭니다. 차량을 개조하고 이상한 장비를 만듭니다. 프로톤 팩이라 불리는 괴상한 장비를 등에 메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활동 무대입니다.
영웅 영화라면 보통 특별한 장소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고스트버스터즈의 세계는 다릅니다.
도서관, 호텔, 거리, 식당
그냥 뉴욕의 평범한 공간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분위기는 슈퍼히어로 이야기라기보다 뉴욕에서 이상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직업도 아직은 잘 되지 않습니다.
사업을 시작했지만 전화는 거의 오지 않습니다.
식사를 하던 중, 피터가 말합니다.
“활동 자금이 필요해.”
데이트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냉정합니다.
“지금 먹고 있는게 마지막 활동 자금이야.”
영웅 이야기에서 이런 대사를 보기는 쉽지 않지요.
하지만 이 장면 덕분에 우리는 이 사람들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됩니다.
그들은 세상을 구하려는 영웅이 아니라 그냥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 장면을 보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이 사람들….
나랑 크게 다르지 않지 않나?
그렇게 끝났다면, 전직에 실패한 너드로 끝났을 겁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전화가 울립니다.
그리고 한마디가 들립니다.
“한 건 잡았어요!(We Got One!)”
이 장면에서 분위기는 완전히 바뀝니다.
일이 없는 직업인들이 드디어 첫 고객을 만난 순간입니다.
경쾌한 음악이 시작되며 뛰쳐내려가는 사람들
그들은 멋진 영웅이 아닙니다. 완벽한 전문가도 아닙니다.
어딘가 어설프고 조금은 엉뚱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거…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당황하고 있는 세 아저씨. 아무리 봐주어도 멋지다곤 할 수 없는 이 포스터가 수많은 이를 사로잡았습니다. 왜 많은 이가 여기에 열광했을까요? (Ghostbusters / Colombia Pictur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