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손잡이입니다.

너 왼손잡이야?!

by 소리

'왼손잡이'가 뭐지?

어느 날 문득 든 생각이었다.


사람들은 때로 내가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을 보며 아주 놀란 표정으로 왼손잡이냐고 묻곤 한다. 같은 사람에게서 이 질문을 네다섯 번씩 받는 경우도 꽤 많다. 그럴 때면 나는 항상 '맞아, 나 왼손잡이야!'라고 답하면서도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낀다.


한때는 ‘왼손잡이’라는 그 말이 나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로 왼손 하나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태어날 때부터 아니, 적어도 내 기억이 닿는 선에서는 난 언제나 그랬다. ’ 우측편마비‘라는 아주 골치 아픈 녀석 덕에 강제적으로 왼손과 왼다리에만 의지하며 살아야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단어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그날, 바로 네이버 사전을 열고 ‘왼손잡이’를 검색했다.


왼손잡이

명사 왼손을 주로 사용하거나 왼손을 오른손보다 더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


내가 맞았다. 나는 왼손을 오른손보다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왼손만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 나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이 단어는 내가 평생토록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되었다. 선천적으로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본다’라는 개념을 설명하더라도 직접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듯이 한 손만을 사용하는 내게 어떠한 손을 더 잘 사용하기에 왼손잡이 또는 오른손잡이가 된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내게는 이들 모두 양손잡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날 이 단어를 잃은 것만은 아니다. 대신, 나를 가장 잘 나타낼 새로운 단어를 얻었다.

이건 나잖아!!

속으로 이렇게 외쳤던 것 같다. 지금껏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친구를 본 적 없기에,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었다. 그래서 그날부터 나는 나를 한손잡이라고 부른다. 물론 쉽사리 남들에게 말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내 마음속에서는 명쾌한 단어로 나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