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근회 Feb 23. 2021

오 남매의 낙원 2(다시 시작하는  농원)

우수가 지나 꽃샘추위도 지나갔으니 따스한 봄날이다


1. 다시 시작하는 농원 ( 히아신스 수선화 튤립 촉이 올라오다.)

 

 20203월부터 농원을  만들기 시작했으니 4계절의 한 바퀴를 돌았다. 땅이 딱딱해서 삽질이  힘들었었는데 1년이 지나니 땅이 부드러워져서 삽이 푹푹 들어가니  일을 할 만하다.

 삽이 직각으로는 들어가질 않아 삼겹살을 얇게 썰듯이  삽을 45도로 기울여  딱한 땅을 얇게 썰어 파서 엎어 밭을 만들고 꽃과 농작물을 심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열정 하나만 가지고 무식하게 덤벼들었던  지난날들이  아득하고 대견하다.

 나와 오 남매가 삽과 호미로  무릎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손목이 아프고, 손가락이 아프도록 땅을  일구었으니 우리 스스로 '노동신'이 강림하셨다고 농담을 하기도 하고, 자화자찬하면서 서로를 칭찬하며 북돋아 주어 끈끈한 형제애로 넘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낙원을 만들어보자는 일념  하나로 마음을 모아 달려왔다. 이제 1년이니  우리들의 꿈에는 미흡하지만  소중한 많은 것을  찾았다고 생각하고 형제들이 함께 할 가치를 알았고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자리를 잡으려면 3년은 걸린다고 하니 3년은 해보면 뭔가 되어도 되겠지 생각하고 살고 싶다.     

 꽃밭과 농작물 심을 밭을 가지런히  만들어 정리하고 틀을 벽돌로 모양내니 올 해의 농원 준비는 완료됐다. 빨리 보고픈  마음에 모아두었던  꽃씨들을 꽃샘추위가 오기 전에  뿌렸는데 꽃을 피워낼지 근심은 되나 죽지 않고 나올 거야, 생각하며 기다린다.     




 '잔디 사랑'처남 모래를 뿌려줘야 한다고 노래를 하더니 산 아래 쌓인 마사토를 퍼내어 잔디에 뿌려주자고 해서 즉시 작업에 돌입했다. 난 열심히 삽질을 해댔고 처남은 열심히 잔디에 흙을 뿌려 주었다. 울퉁불퉁했던 잔디밭이 평평하게 다듬어졌다. 동시에 비바람에 흙벽이 덜 깎이게 팔레트를 펼쳐놓으니 빗살무늬  토기를 연상하게 만들어졌다. 보기 좋게 빗살무늬  울타리를 친 듯한  농원이 만들어졌다.

 아내도 도와 잔디에 흙 펴는 일을 했다. 자화자찬하면서 일을 하는 아내에게 처남은 구박한다. 같이 일을 하면 이런 모습이 웃음을 준다. 재미있다. 아내는 정리한다고 구박, 일 못한다고 구박받으면서도 즐겁다. 화가 없어졌다. 농원에서 형제들을 보고 행복해하니 아내의 행복은 가득 참이 분명하다. 아내는 형제들이 행복해야 ‘행복가득’이 되는 게 분명하다. 장녀로 태어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을 하다 보니 둘째 처제가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렸다. 어쩐지 피곤해 보이더라, 들어가서 누웠나 보다 했는데 냉이를 뜯어 한 상자 들고 나타났다. 그러면 그렇지. 농원에 와서 누워있을 여사가 아니지. 아내와 같이 냉이를 다듬고 지칭개 나물과 망초 나물을 캐서 다듬으며 자매가 행복해한다. 우리 농원의 보물이라고 하고 며칠 반찬 걱정 안 해도 되겠다고 즐거워한다.

                    





 바람이 많이 분다. 기온이 많이 올라 매서운 바람인데도 춥지 않다. 바깥에서 일을 하니 땀이 난다. 봄은 봄이다. 겨울옷을 벗어던져야겠다. 다음 주엔 얇은 옷을 입고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심었던 구근이 싹을 올렸다. 수선화와 히아신스, 튤립이 땅을 밀어내고 세상 구경 나왔다. 수줍은 듯 고개를 내민 싹이 귀엽기도 하다.   

“반갑다. 얘들아.”

  농원의 새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고 나온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장면 같기도 하다. 새둥지에서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눈도 못 뜬 새끼 주둥이를 보는 거 같기도 하다.         





 점심엔 토종닭 백숙을 먹고 저녁엔 둘째 처제가 기운 달려 삼겹살이 먹고 싶대서 처남과 같이 근처 농협마트에 가서 고기를 사 와 배부르게 먹었다. 맛있게 형제들과 배부르게 먹고 나니 힘이 나는 것 같단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 어제든지 먹여주겠다, 고 말했다.

 며칠 동안 작업실에 가서 그림을 열심히 그렸더니 힘이 없어 삼겹살이 먹고 싶었단다. 아들한테 삼겹살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순대랬나? 해장국이나? 먹으라고 해서 서운했단다. 자식이 부모 같을 리야 없지. 부모는 자식이 먹고 싶다면 이유 불문하고 먹이는데 자식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쯤은 알면서도 서운하단다.

 나이 들어가면서 밥심으로, 고기 힘으로 근력을 지탱해야 함을 절실하게 느끼기도 한다. 앞으로 농원에서 삼겹살을 많이 먹자고 했다. 열심히 일해야 하니까. 우리들의 낙원은 우리가 만들어야 하니까 힘이 달려 빌빌하면 말짱 헛일이다.

 보약도 이제 필요할 나이다. 내가 보약을 열심히 지어주겠다. 노화와 싸우는 것도 인생이다. 늙지 않을 사람 없는 법이고, 죽지 않을 사람 없는 법이다. 노화를 극복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노년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다. 나의 일생의 연구가 인간의 생로병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천연의 약을 찾아내는 것이니 함께 건강하게 잘 살아보자고 했다.       

 쓰레기도 태워야 하니 바람이 많이 불어도 화덕에 불을 피웠다. 불이 얼마나 사납게 구는지 조금 무서웠다. 나는 활활 위로 올려야 태우는 맛인데 오늘은 참아야 했다. 조금씩 조심스레 ‘불사랑’했다. 아내와 둘째 처제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방해하고 싶지 않아 화단 벽돌 정리를 하면서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몰랐다. 밤 11시 30분에 퇴장했다.      

         

작가의 이전글 시라고 쓴 시( 입춘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