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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달 Oct 01. 2024

27개월 된 빠방러버

우리 아기는 대단한 빠방러버이다.

엄마, 아빠, 맘마 다음으로 한 말이 빠방일 정도였다. 빵빵, 슝, 삐용삐용, 위잉 위잉, 부릉 등 자동차가 아기에게 알려주는 의성어는 꽤 많았다. 그 외에 구급차, 경찰차, 소방차 같이 시각적, 청각적 흥미가 큰 자동차들을 참 좋아했다. 아기 때부터 차를 자주 타서인지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처음에는 자동차에만 관심되는 집중을 조금 분산시켜 보고자 다양한 장난감을 노출시켜 주었으나 결국 돌고 돌아 빠방이였다. 그래서 그때부터 단순하게 생각될 수도 있는 자동차 놀이를 다양한 관점에서 발전시켜 주고자 했다.

여행용 캐리어에 굴곡진 표면에 자동차를 굴리며 '울퉁불퉁'을 이해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또한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며 쉽게 마주하는 과속방지턱으로 '덜컹'을 알려주었고 자동차 클락션 소리의 '빵'도 이해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신호등의 초록불이 들어오면 출발이라는 말이 어려울 것 같아 '고고'를 알려주었는데 그때부터 내가 간혹 신호등을 못 보았을 때 아기가 고고라며 내 운전에 귀여운 훈수도 두었다. 빨간 불에서는 '멈춰'하며 손을 들어 올리는 제스처도 취했다.

아무래도 아기가 특별히 좋아하는 분야에서 언어 발화가 빨랐고 그 점을 많이 이용했다. 구급차만 보아도 초록, 빨간색이 있고, 경찰차도 다양한 종류를 볼 수 있었다. 처음 좋아하는 단어를 구사할 때 '구그타, 경타타, 소바차'로 시작해서 지금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며 달리는 구급차를 볼 때면, '누가 아픈가?, 구급차가 병원에 빨리 가네' 등의 인지 수준까지 발달하였다. 아기에게 늘 같은 말을, 다른 뉘앙스로 수십 번 수백 번 해주다 보면 그것을 자기의 언어로 흡수하고 내뱉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가장 최근에는 아기를 태우고 살짝 가속 중이었는데, 아기가 다급히 외쳤다. '엄마! 빨리 가면 안 돼. 천천히 가야지~~!!' 라며.. 사실 그렇게 높은 속도가 아니지만 나는 웃음이 터졌고 브레이크를 잡아 감속했다.


이렇듯 우리 아기는 단순 '자동차'놀이가 아니라, 자동차에서 비롯된 무수한 생활원리와 규칙들을 이해하고 습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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