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단어 발화를 시작할 때 쯤, 아기가 필요한 것을 직접 말로 요구하도록 가르쳤다. 엄마들은 아기가 언제 목이 마른지 언제 물을 줘야할 지 언제 물을 먹어야 할지 다 머릿속에 계산이 되어있다. 어쩌면 아기 눈빛만 봐도 필요한 걸 알아차린다. 아기가 '목말라, 물 주세요' 라고 완전한 문장을 구사하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었다. 처음에는 '물'이라는 발음이 안되어 '쭈'라고 했었다. 한 단어에서 문장을 표현하기 전까지 아기가 원하는 것을 즉시 들어주기 전에 아기에게 더 말할 기회와 시간을 주었다. 처음에는 '아~ 쭈 줘? 쭈 줘 해야지'라고 표현하는 방법을 매번 알려주었다. 처음부터 높임말을 가르쳐 긴 문장을 말하는 데 아기가 혹여 좌절할까 싶어 차근차근 짧은 문장으로 연습을 시켜주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쭈 줘' 라고 말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쭈→무→물 의 발음 향상을 보여주었다. 처음 입을 떼는 아기에게는 이 간단한 '물 줘'라는 두 단어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자기가 필요한 말 한 마디 내뱉기 위해 그 작은 입술을 오물오물 하고 숨을 가쁘게 쉬기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귀엽고 기특하기 그지 없다. '물 줘, 휴지 필요해, 맘마 먹고싶어, 빠방이 타고싶어' 등 요구사항을 자유자재로 표현하기 시작할 때 쯤, 서서히 높임말을 알려주었다. '도와주세요, 필요해요, 드세요, 어디가셨어?' 등 점점 언어습득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 부부는 더욱 더 말투에 신경쓰기로 했다. 내가 남편에게 무심하게 하던 말투도 점검하게 됐다. '~해 줄 수 있어?, ~하는 거 어때?, 고마워, 미안해'. 어쩌면 편하다는 이유로 가장 소중한 가족에게 툭툭 말을 내뱉어 온 것은 아닌지, 나를 성찰하는 기분까지 드는 순간도 있었다. 말투는 결국 습관이란 생각이 든다. 더 예쁜 말투가 상대를 기분 좋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크게 불편하지 않으므로 고칠 생각 없이 생긴대로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남편을, 내가 편하게 생각하는 엄마를 내가 대하기 어려운 직장 동료라고 생각해보자. 한 마디도 하기 전에 상대방 기분을 해치지 않기 위해 수많은 표현법을 떠올릴 것이다. 내가 집에서, 아기 앞에서 무심코 내뱉는 말 한 마디의 영향력은 이제 꽤 커졌음을 직감한다. 내가 더 곱게 말할수록, 자동으로 아기는 내 말을 따라하고 있을 것이다.
아기만 발달하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처음 하는 육아에 지친 육신을 가진 부모일지언정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열심히도 구축 중에 있다.
아기야 내게 새로운 말투를 연습시켜주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