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드라마 스페셜2021 - 셋
그날로부터 12년이 지났다. 시간은 흘렀지만 종희(소주연 분)도, 형주(정이서 분)도, 보리(조인 분)도 여전히 12년전 종장리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형주에게서 연락이 왔다.
"12년전 그날 하기로 했던 거......... 기억해? "
세 사람은 12년전 약속했던 것처럼 종장리 형주네 집으로 모였다. 그런데 보리는 가방에 작은 단도를 하나 숨겨간다. 과연 보리는 숨긴 그 '단도'는 누굴 '저격'한 것일까?
12월 10일 방영한 <kbs드라마 스페셜 2021 - 셋>은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에 주목한다. 종장리라는 작은 마을,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던 단짝 중학생 세 명, 그들의 꿈은 함께 돈을 모아 이쁜 펜션을 사서 함께 사는 것이었다. 그래서 벌써 미래의 '러브 하우스'를 위해 돈도 모은다.
졸업 사진만 찍으면 이제 중학생 시절도 끝나갈 시점, 하지만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던 세 명에게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시작은 세 명 중 한 명인 형주의 어머니가 재혼을 하면서 부터이다. 여경이던 어머니는 동료 경찰과 재혼을 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늘 밝기만 하던 형주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형주가 걱정돼서 형주네 집을 찾은 종희와 보리, 하지만 친구들의 우정에 응한 건 형주에 이어 종희와 보리를 희생자로 삼은 형주 새 아빠의 성폭행이었다. 심지어 아빠는 동영상까지 찍으며 자신의 직업을 들먹이며 아이들을 위협했다.
세 사람은 그런 형주 새 아빠를 죽이려고 했다. 아빠를 죽이면 그날 있었던 일들이 다 괜찮아 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12년이 지나고 형주가 다시 '그날의 미션'을 위해 친구들을 소환했고 종희와 보리가 응했다.
형주 아버지가 돌아오는 시간을 기다리며 '자살'처럼 위장하여 그를 죽일 방법을 의논하던 세 사람, 하지만 '음모'는 그들 뜻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다. 늘 술에 취해 있다던 새 아버지는 말짱한 정신으로 돌아왔고, 그런 그로 인해 혼란스럽던 세사람을 먼저 '그 놈'이 발견한 것이다.
3;1, 이 숫자로만 보면 승산있는 비율이 전직 경찰이던 남자와, 생전 칼 한번 손에 쥐어본 적이 없던 지난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갸냘픈 젊은 여성들의 대결은 숫자 놀이가 무색하게 새아빠에 의한 강압적인 폭력으로 이어진다.
12년이 지나도 여전히 끔찍하게 '그놈'을 죽이고 싶지만, 누군가를 죽이기엔 인간적인, 그래서 나약할 수 밖에 없는 세 사람의 대결을 통해 외려 드라마는 그녀들의 절박함을 설득해 낸다.
시작은 '그놈'을 죽이려는 그녀들의 보복적 의도였지만, 결과는 '그놈'에 의한 일방적인 폭력에 대응한 '자위적 방어'로써 그놈을 죽이게 된 세 사람, 그런데 '자살'로 보이게끔 완전 범죄를 만들고 싶었던 의도와 다르게 집은 난장판이 되었고, 심지어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어린 의붓 동생이 있었다.
그 '아비규환'의 현장 속에서 세 사람은 비로소 12년전의 진실, 그리고 그 이후 12년 동안 한번도 걸어나오지 못한 '과거'를 들여다 본다. 함께 형주 새 아버지를 죽이자 했던 12년전의 그날, 왜 세 사람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까?
보리가 형주를 죽이고 싶었던 건 바로 자신들을 성폭행의 희생양으로 만드는데 형주가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의심이었다. 형주는 피해자였지만 '조력자'였다. 하지만 그 '조력'에는 자신의 목에 칼을 댄 협박과 혹시나 그 사실을 어머니가 알까봐 하는 두려움이었다. 어머니를 보고하고 싶어하는 마음, 그리고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던 마음이 형주를 본의아닌 조력자로 만들었다. 여전히 '어머니'때문에 참고 있던 형주, 하지만 종희는 그런 형주의 마지막 '보루'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폭로'한다.
12년 전 차마 서로에게 알리지 못한 채 홀로 '삭혀야' 했던 진실, '그놈'을 죽이고서도 그녀들이 여전히 고통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던 건, 서로가 '하트'를 표시하며 찍었던 '러브하우스'의 사진이 꾸겨지듯 그 '사건'으로 인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산산히 부서졌다는 '진실'이었다.
'죄송합니다.'
'결자해지', 형주는 12년이 흘러서야 눈물로 읍소한다. 12년전 그 날, 희생양이 된 세 소녀, 그리고 그걸 눈감은 보호자로 인해 소녀들은 12년이 흐르도록 여전히 그날로 부터 한 걸음도 뗄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른다고, 그곳으로부터 도망친다고 그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음을 드라마는 혹독하게 보여준다. 아픔은 덮는다고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외려 그 덮은 상처는 덧나고, 심지어 '괴사'되어간다. 12년이 흘러도 여전히 고통받는 그녀들처럼.
사회면을 장식하는 '성폭행'이라는 사건 이면의 보다 복잡한 '속사정'에 촛점을 맞춘 드라마 <셋>은 긴장감 넘치는 심리 스릴러적 구조를 통해 섬세하게 들여다 본다. 12년이 지나도 그 날에서 한 발자욱도 나올 수 없었던 고통, 그리고 그놈을 죽이고서도 풀어낼 수 없는 아픔, 그리고 치유는 어디로 부터 오는가를 드라마는 섬세하게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