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살> '전생의 업'이 초래한 '타임슬립 환타지'

by 톺아보기

요즘은 사주도 '트렌디'하다. 전화로 상담도 해주고, 심지어 앱도 있다. 젊은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 곳곳에 타로 상점이 곳곳에 눈에 띤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취준' 등의 기로에서 이런 '운명론'들은 종종 의지처가 되기도 하는 듯하다. 이 글을 쓰는 기자 역시 다르지 않다. 답답할 때는 타로 카드를 펼쳐보거나, 사주 앱을 깔아 의지가지없는 현실의 지렛대를 삼아볼까 한다.



그러다 재밌는 결과를 만났다. '당신의 전생은?'이라는 문항이었는데 혹해서 클릭을 했다. 과연 나의 전생은? 성균관 유생이었단다. 급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떠오르며 미소가 지어지는데 이어진 내용이 가관이다. 성균관 유생이 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공부에 전념하는 대신, 음주 가무, 도박에 빠진 이 유생은 가산을 탕진하고, 그 여파로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말았단다. 이선준인가 싶었는데 망나니 버전 여림이었던 거다.



장황하게 나의 전생을 운운하는 이유는, 바로 그 '전생'의 '인연'으로 인해 이승에서의 내가 이뤄내야 할 삶의 미션, '업(karma , 業 )이 정해진다는 '연기론'을 말하고 싶어서다. 전생의 개망나니여서 현생에서 그 '업'을 다하기 위해서 고된 삶의 여정이 주어지고, 베풀면서 살아야 한다니 '뭐 이런!'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에서는 현실에서 주어진 내 삶의 어려움에 '위로'가 되기도 했다. 우리가 살아가며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라는 억울한 맘이 드는데, 그게 '전생' 때문이라니 얼마나 명쾌한 설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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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론'의 환타지


바로 이런 전생의 인연으로 만들어진 '현생의 업'이라는 '연기론(모든 존재를 인연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보는 불교 교리의 핵심적인 개념. )에 근거한 한 편의 환타지 월드가 tvn의 <불가살>에서 펼쳐지고 있다.



시청률면에서는 아쉽지만, 드라마는 600년이란 세월 동안 죽지 않은 '영생'의 존재 '불가살((不可殺) '타임슬립 환타지'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자 한다.



목을 그어 피가 철철 흘러도 금세 멈추는 죽지 않는 존재, 불가살 단활(이진욱 분)에게 죽지 않음은 '업'이 주는 고행길일 뿐이다. 진짜 불가살을 죽여 저주를 푼다면 하고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죽고 싶다'는 그의 답이 그의 처지를 말해준다.



불가살인데 원래 불가살을 찾는다는 이 복잡한 이야기를 위해 드라마는 '귀물'이 판을 쳤다던 600 전 전쟁과 기아, 그리고 귀물에 시달리는 고려라는 전사(前史)에서 시작된다.



불가살의 저주를 받았다는 한 아이가 등장한다. 저주를 받았다는 무녀의 말 한 마디로 어미는 목을 매었고, 아비는 아이를 버렸다. 당연히 마을 사람들은 아이를 피하고 저주했다. 그렇게 사람 취급도 못받던 아이를 장수였던 단극(정진영 분)이 구했고 '활'이라는 이름을 주고 양자로 삼았다.



자라서 양아버지의 수하에서 그 누구보다 용맹하게 '귀물' 사냥에 앞장서던 단활, 하지만 그에게 족쇄같던 저주를 피할 수 없었다. 단극의 딸과 혼인했지만 '저주' 때문인지 아들은 눈을 잃었고, 딸은 낳자마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비극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불가살은 결국 활의 가족을 모두 '몰살'했다. 그리고 아직은 인간이었던 그의 '혼'을 빼았아 '불가살'로 만들어 버린다.



드라마는 600년 동안 죽지 못한 채 '여인'을 찾아 헤매는 단활을 중심으로, 그가 찾는 환생한 여인 민상운과 매번 그녀를 먼저 죽이려는 또 다른 불가살 검은 구멍 옥을태(이준 분)가 대립각을 세운다.



그런데 삼자 대립의 갈등은 간단치가 않다. 어린 시절부터 민상운을 노리는 존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운에게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쫓아온 버스 기사, 비오는 날 올가미로 사람을 사냥하던 '그슨새'라는 귀물이 환생한 것이다. 귀물 사냥에 나선 단활에 의해 죽임을 당한 귀물이 사람으로 환생했지만 귀물이었던 자신의 '업'으로 인해 현세에서 또 다시 사람을 죽이는 연쇄 살인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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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속 캐릭터들의 환생


<불가살>에는 그슨새를 비롯하여 식탐을 주체하지 못해 사람을 먹는 조마구, 불을 지르는 갑산귀, 물속에서 사람을 끌어당겨 죽이는 터럭손, 머리를 짖눌러 환상을 불러일으켜 죽이는 두억시니 등 우리 전통 설화에서 등장하던 '귀물' 들이 등장한다. 드라마는 불가살 대 불가살의 기본적 대립 축을 기본으로 하여 진행되지만, 검은 구멍 불가살의 하수인인 저 귀물들과 대결하는 과정으로 매회 '롤플레잉 미션 수행' 방식으로 전개된다.



민상운을 쫓는 귀물들이지만, 거기에는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던 단활과의 '해원'이 드리워져 있으며, 그러기에 단활의 혼을 가져간 민상운을 쫓는 것이다. 이처럼 드라마에 등장하는 전생의 인연은 단활이 없애버린 귀물들만이 아니다.



그가 전생에 잃은 가족들이 한 명씩 한 명씩 그의 주변에 나타난다. 그가 불가살임에도 사람의 피를 먹지 않게 만든, 그를 유일하게 사람답게 대해준 양아버지 단극이 전직 형사 권호열(정진영 분)으로, 그를 원망하게 죽어간 아내 단솔이 민상운의 동생 민지호(공승연 분)인 식이다. 그들은 600년이 흘러도 다시 단활의 주변에 모여들어 과거의 '업'이 만들어 낸 '인연'의 굴레로 엮인다.



민상운만 잡아없애면 600년 동안 그를 괴롭혀온 생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질 것만 같던 단활, 하지만 그가 없앤 귀물들이 그의 혼을 가진 민상운을 쫓고, 과거의 인연들이 그 주변에 모여들자 삶의 셈법이 복잡해 졌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8회 엔딩, 민상운은 진짜 그의 가족을 죽인 게 검은 구멍이라며 600년에 걸친 복수의 신념을 흔든다.



이처럼 <불가살>의 세계관은 신선하고, 내러티브는 흥미진진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막상 드라마를 보면 전개가 답답하다는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첫 회에 선언된 불가살에 저주받은 아이라던가, 불가살에 의해 몰살된 가족처럼 이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기본적 명제인 포악한 불가살의 횡포에 대해 좀처럼 드라마는 해명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인공 단활은 자신에게 내려진 저주와, 자신과 자기 가족에게 닥친 불운에 대해 한결같이 맹목적이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 캐릭터가 단선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단선적인 건 주인공만이 아니다. 전생의 '업'을 가지고 태어난 등장인물들은 마치 '전생'의 마리오네트인 것처럼 행동한다. 전생과 환생이 빚어낸 업의 콜라보라는 세계관은 흥미진진하지만 좀처럼 전생의 업에서 한 발도 나서지 못하는 캐릭터들은 답답하다.



8회, 드라마는 마치 깜짝쇼인 것처럼 알고보니 검은 구멍이 그랬대하면서 내보이는 '진실'을 시청자들은 1회부터 의심해 왔던 것이다. 그래도 단활과 민상운 사이에 감정적 교류가 이뤄지며 드라마는 비로소 전생의 그림자로부터 한 발 내딛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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