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선거'를 위해 '영혼'을 팔다

by 톺아보기

26일 설경구, 이선균 주연의 <킹메이커>가 개봉했다. 영화는 1970년 신민당 대통령 경선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며, 고 김대중 대통령과 그를 도왔던 엄창록의 이야기를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변성현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선거에 나선 김운범(설경구 분), 그리고 그를 도와 자신이 겪은 부당한 차별과 수모를 해소하려는 서창재(이선균 분)의 이야기를 다룬다.



실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 감독은 '욕망과 신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고 김대중 대통령은 물론 현대사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내려지기가 이른 시기, <킹메이커>에 대한 평가 역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2011년 미국비평가협회상을 받은 조지 클루니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킹메이커>는 어떨까? 이 영화를 통해 '날 것' 그대로의 정치판에서의 욕망과 신념을 해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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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가 네 번 째로 감독을 맡은 <킹메이커>는 브로드웨이 연극 <패러것 노스>((Farragut North)를 원작으로 한다. 2004년 대선 당시 유력 후보에서 홍보 담당관으로 일했던 '보우 윌리먼'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거기에 미국 정치의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더한다. 영화 속 장래의 대통령 후보로 분한 마이크 모리스의 선거 포스터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포스터를 오마주한 것이다. 또한 인턴 사원과 밀애를 즐기는 상황은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빌 클린턴이 떠오르기도 하고,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스캔들이기도 하다. 거기에 영화 속 등장하는 대통령 후보가 받는 다양한 질문들은 실제 대선 후보들이 받은 질문을 그대로 차용하여 사실성을 높였다고 한다.




현장감을 살려 벌어진 영화 속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 그런데 26일 개봉한 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가 결국 김운범과 서창재라는 두 사람의 치열한 욕망과 신념의 갈등을 통해 '정치'를 설명하력 하듯이, 조지 클루니의 <킹메이커> 역시 대통령 후보로 나선 마이크 모리스 주지사(조지 클루니 분)와 그를 보좌하는 스티븐(라이언 고슬링 분), 그리고 폴(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분)의 전면전이다.



대통령 후보 참모의 조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마이크 모리스는 진보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인물이다. '석유' 자원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 중심의 현 경제 시스템에 비판을 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대안 에너지를 개발하여, 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가는 현 경제 체제를 바꿀 것이라는 식이다.



그런 그를 선거판에서 잔뼈가 굵은 노회한 팀장 폴과 과감한 홍보 전략을 앞세운 홍보관 스티븐이 돕는다. 특히 스티븐은 캠프 홍보관이라는 직업 이상으로 마이크라는 인물을 추앙한다. 그가 주장하는 바가 '이상적'인 줄은 알지만, 그런 그의 사고 방식이 구태의연한 정치판에서 새로운 '비젼'을 가져올 것이라는 '신념'이 스티븐을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그러기에 헌신적으로 일하는 스티븐에게 뜻하지 않는 두 가지 사건이 벌어진다. 그 하나는 마이크의 경쟁 상대인 상대 후보 진영의 선거팀장이 그를 스카웃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상대 후보 팀장은 강직한, 그래서 고지식한 마이크는 그의 편협한 인력풀로 인해 외연 확장에 실패하여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며, 이 참에 자기 진영으로 건너오라며 마이크를 유혹한다. 또 다른 유혹도 있다. 홍보팀의 젊은 인턴 사원 몰리(에반 레이첼 우드 분)와 급격하게 가까워진 것이다.



이 두 사건이 이제 막 선거판에서 자신를 드러내고 있는 스티븐의 위치를 흔든다. 그저 호기심? 으로 나간 상대 진영 인물과의 만남은 '밤말은 쥐가 듣고' 식으로 퍼지고, 그로 인해 스티븐은 마이크 진영에서 쫓겨날 신세가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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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겉으로 드러난 건 상대 후보 진영 사람을 만난 스티븐의 배신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간단치 않다. 상대 후보 진영을 만난 걸 뒤늦게 팀장 폴에게 알린 스티븐, 그런데 이걸 팀장 폴은 외려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기자에게 흘린 것이다. 즉, 스티븐을 희생양 삼아, 민주당 내 인사와의 제휴에서 난처한 처지에 빠진 마이크의 입지를 역전시키려 한 것이다. 심지어 이런 폴의 결정에 스티븐이 존경해 마지 않던 마이크가 전적으로 동의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상대 팀 팀장은 '의리'를 중시하는 폴이 자신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스티븐을 '처리'할 것이라는 것을 노렸던 것이다. 즉 홍보전문가로서의 스티븐이 자기 편이 되면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제거'라도 되면 유리하겠다는 '계산'속으로 만난 것이다.



'클리셰'라면 정치의 속성을 몰랐던 야심만 앞세운 풋내기 스티븐은 노회한 정치꾼들에게 KO펀치를 맞고 나가떨어지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을 지도 모른다. 이제 막 정치판에서 홍보 담당자로서 인정을 받기 시작한 스티븐은 이렇게 '추락'하고 말 것인가? 그런데 거기에 또 다른 복병이 있다. 스티븐의 추락에서부터 <킹메이커>의 진가가 드러난다.



몰리와 밀애를 나누던 스티븐, 그런데 몰리에게 누군가 전화를 건다. 그 전화를 대신 받은 스티븐은 순간 깨닫는다. 그 사람이 누구인가를. 그리고 몰리는 스티븐에게 울면서 자신의 '임신'을 고백한다. 당시까지만 해도 마이크의 충복이었던 스티븐은 어떻게든 잡음없이 몰리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 '스티븐'을 헌신짝처럼 내치는 마이크와 폴의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게다가 그런 사태가 벌어진 걸 안 몰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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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의 조건


영화는 '희생양'이 될 뻔한 젊은이 스티븐의 역전극으로 마무리된다. 잠시나마 몰리를 사랑했던 서른 살의 청년, 하지만 자신이 모시는 마이크를 더욱 흠모했던 젊은이는 자신을 밀어버린 벼랑을 기어오른 '사자'가 된다. 그리고 자신을 밀어버린 이들의 멱살을 부여잡고 본격적인 '정치꾼'으로 거듭난다.



조지 클루니가 <킹메이커>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스티븐이 협박하자 그토록 부도덕하다며 외면했던 유력 인사를 런닝 메이트도 마다하지 않는 마이크, 결국 그가 내뱉은 유려한 정치적 언어들은 대통령이 되기위한 현란한 수사였음을 보여준다. 마이크를 향한 정치적 이상이 자신을 움직이게 만든다고 하던 젊은 스티븐은 이제 마법의 거울 조각이 눈에 들어가 냉혹해져 버린 눈의 여왕 '카이'처럼 '현실 정치'에 첫 발을 내딛는다. <킹메이커>는 말한다. 이게 바로 미국의 정치이고 선거라고. 그런데 그저 '미국 정치'일 뿐일까? '미국'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낸 '보편'의 '정치', 그 민낯이 아닐까.



다음해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서 각색상에 노미네이트될 만큼 현실 정치를 제대로 풍자한 조지 클루니는 물론, 30살 청년의 거칠 것없는 열정과 야망을 제대로 보여준 라이언 고슬링이 골든글로브 남우 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는 건 당연해 보인다. 거기에 반가운 또 한 사람이 있다. 이제는 그의 작품 앞에 '유작'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다. 믿음직스런 팀장이었다가, 의심많은 선배로, 그리고 쿨한 퇴역군인과 같은 모습을 오가는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의 연기로 인해 현실 정치를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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