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추성훈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격투기 선수 추성훈보다는 사랑이 아빠로 기억하는 게 더 많지 않을까? 하지만 사랑이 아빠 추성훈도 지나간 시절의 이야기가 되었당. 불혹을 넘긴 이 아저씨가 요즘 유투브와 OTT, 그리고 트롯 프로그램에 까지 종횡무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니까.
▲ 슈퍼 맨이 돌아왔다 © KBS
1975년생 재일교포 4세, 추성훈이 우리 나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시안 게임이다. 2001 아시안 게임 한국 대표로 금메달을 딴 그는, 다음 해 일본으로 귀화해 일본 국가 대표로 다시 금메달을 따서 논란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후 UFC 등 종합 격투기 선수로서 한, 일 양국에서 활동하며 인기를 끌었고 이런 그의 캐릭터 그대로 <정글의 법칙> , <아테나; 전쟁의 여신 > 등에서 모습을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그렇게 격투기 선수 추성훈에게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한 것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방영한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에서 딸 사랑이와 함께 하면서 부터였다. 이후 추성훈은 그의 이름보다 온국민의 사랑둥이 사랑이 아빠로 더 기억되었다. 슈돌 이후에도 꾸준히 방송 활동을 했지만 대중에게 이렇다하게 각인된 모습으로 드러난 것은 없었다.
그러던 그가 2023년 <피지컬 100>이란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화제가 되었다. '가장 강력한 몸을 찾기 위한 최강의 피지컬 서바이벌 예능'인 만큼 전직 운동선수, 운동 유투버, 전직 군인에 까지 '피지컬'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이 예능에 50줄의 추성훈이 비록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여전한 피지컬을 유지하는 그 변함없는 성실함으로 존경심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 유투브 <추성훈> © 유투브
그런 화제성에 힙입어서 일까. 2024년 11월 추성훈은 유투브 <추성훈>을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몇 개월 만에 140만 명이라는 놀라운 구독자 수의 성취를 보였다.
놀랍게도 <추성훈> 유투브의 조회수를 '폭발'시킨 계기는 집 공개 사건(?)이었다. 이미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된 바 있는 도쿄의 고급 아파트를 다시 한번 공개하는 시간이었는데, 최고급인 가구와 장식품이 무색하게 옷과 가방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방들을 그대로 노출함으로써 그의 솔직함에 대중들이 반응했다.
'마초 아저씨~'라는 시그널 사이로 펼쳐지는 그의 모습은 지금까지 등장했던 유투버들과는 또 다른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뒤늦게 방영되었지만 처음 유투브를 찍은 날 자신이 단골인 '야끼토리' 집을 소개하며 소개는 하지만, 아니 소개 하고 싶지 않다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하는가 하면, 도쿄에서 갈 만한 곳을 소개해 달라자 자신은 매일 봐서 '도쿄 타워'같은 곳은 그저 그렇다고 하다, 엉뚱하게 '화장실'은 꼭 가보라는 엉뚱한 대답으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모습을 드러낸다.
여전히 근육질에 까르띠에 팔찌를 하고 한 겨울에도 얇은 니트 하나를 입는 마초남의 모습을 유지하지만, 집 공개 이후 아내 야노시후와 싸웠다며 웬만하면 아내 이야기는 꺼내지 말라는 소심한 가장의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아내가 고급 자동차를 모는 반면, 지금도 바이크를 몰고 다니며 자주 타지 않는 도쿄 지하철에서 길을 잃고 쩔쩔매는 모습도 보여준다. 또한 50대의 그를 여전히 중학생 아들 다루듯 물병까지 챙기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와의 하루 동행에 진이 빠져하는 평범한 아들의 모습 에서 보여지는 소박함이 유투브 독자들을 매료시킨 듯하다.
▲ <추라이 추라이> © 넷플릭스
그런 그의 폭발적인 조회수 덕분일까. 새로이 런칭하는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추라이 추라이>의 주인공이 되었다.
첫 회 게스트는 오래전부터 그와 형, 동생을 하고 지내는 사이인 김재중, 오전 11시 연남동 까페에서 만난 두 사람과 보조 MC 이창호는 추성훈이 김재중의 생일 선물로 가져온 위스키를 까페에서 빌린 유리잔에 마시며 토크를 한다.
인생 버킷 리스트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하는 프로그램, 하지만 추성훈은 엠씨에게 주어진 방송 진행 대본 따위는 덮어두고 자신이 마음 가는 대로 진행을 해버린다. 덕분에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외려 출연자 김재중이 추성훈의 거침없이 쏟아내는 연애담을 제어할 정도로 솔직함의 경계를 허물어 버리는 추성훈 식의 새로운 토크쇼이다. 그런가 하면 두번 째 게스트인 신성록과의 만남에서는 야수 버전의 '지킬 앤 하이드'를 거침없이 시연하며 몸을 사리지 않고 프로그램에 자신을 던져 버리기도.
김재중과의 만남에서 종합 격투기 선수로서 오랫동안 무대에 서왔지만, 아이돌 가수로서의 무대를 부러워했던 추성훈, 그래서일까. 뜻밖에도 TVN 최초 트롯 프로그램 <잘생긴 트롯> 무대에서 다시 추성훈을 만나게 된다.
▲ 잘생긴 트롯 © TVN
'잘 생긴' 연예계 스타 12 명이 트롯 가수 도전기인 이 프로그램 트롯 가수 이찬원과 장민호가 프로듀서로 활약하며 T4를 선정하는데, 추성훈은 나훈아의 '울긴 왜 울어'를 출연자들이 '성훈아'라고 극찬할 만큼 잘 소화해 낸 첫 F4의 자리에 올랐다.
이전의 추성훈이 예의 유도선수, 격투기 선수로서의 모습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나, 혹은 사랑이 아빠로서의 아이를 앞세운 모습으로 대중 매체에 등장했다면, 이제 유투브 <추성훈>과 <추라이 추라이> 등의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모습은 지금까지 그가 대중에게 보여진 모습에 감춰진, 혹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다.
마초남의 이미지답게 고깃집을 털 정도로 고기를 즐기지만, 자기 앞에 놓여진 야채 바구니를 슬쩍 밀어내며 야채는 '데코'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옷가지가 널브러진 아내의 방에 '사람 사는 게 다 이러고 사는 거 아니나며', 태연하게 그 옷가리를 넘어 다니는가 하면, 아내와 딸이 자는 넓은 방을 지나 한 구석의 작은 딸 방이 자기가 지내는 방이라고 수줍게 말하는 현실 가장의 모습까지, 그의 소탈한 모습에 이 시대의 시청자들이 호응하며 유투브와 OTT, 방송계의 새로운 신데렐라로 부상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