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시절, 그 나잇값의 어감 때문에 나이를 입에 담기 민망했던 기억이 지금도 역력하다. 하지만 그저 나잇값의 어감 때문이었을까. 열여덟이라는 나이는 마치 톡 건드리면 빵 터질 것같은 풍선같은 나이가 아닐까. 청소년기의 절정, 사회적으로 '성인'의 문턱을 앞두고 아직 검증되지 않은 '나'라는 존재의 자의식이 한껏 부풀어오르는 시기, 그 시기가 바로 열여덟이다 싶다.
지난 7월 30일 카카오tv를 통해 방영중인 <우수무당 가두심>은 바로 열여덟 한참 자의식 충만한 나이의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런데, 안그래도 '나'라는 존재에 대해 한참 예민해질 시기, 거기에 '무당의 딸'이라는 실존적 무게가 더 얹혀있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다. 당시만 해도 '이혼'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어머니와 함께 살던 내게 아버지의 '부재'는 꽤나 부끄러운 '치부'였었다. 어른들은 아버지가 외국에 가있다고 말하라고 했는데 그런 말조차도 왜 그렇게 낯부끄러웠던지, 지금에서 돌아보면 그게 뭐라고 했지만, 그 시절에는 거짓말을 하는 것도, 그렇게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도 나를 힘들게 했다.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 그게 참 힘들던 시절이었다. '무당의 딸'이라는 '존재' 역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사회 저변에서의 영향력은 만만치 않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드러내놓고 말하기 쉽지 않은 직업군에 속하는 '무당'이라는 직업을 나의 '보호자'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한참 예민할 청소년기에는 더더욱 '상처'가 될만한 지점이다. 무당의 딸이라는 사실은 언제나 친구들와 두심이를 '다름'으로 구분하는 경계선이 되었으니까. 또래 문화에서 그 무엇이든 '다름'은 곧 '따돌림'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성장기의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다르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다름으로 인해 상처받는다. 하물며 그로 인해 받았던 상처가 있다면 더더욱. 열여덞 가두심은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이 '무당'의 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런 '무당'의 딸이라는 것보다 사실 두심이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두심이가 가진 '신기'이다. 할머니 무당 묘심(윤석화 분)에 이어 '미녀 보살'로 개업을 했지만 두심의 엄마 효심의 신기는 약하다. 반면 드라마의 첫 장면이 할머니 묘심을 대신하여 악령과 맞서는 상황에서도 보여지듯이 두심이의 능력은 걸출하다. 그러나 두심은 늘 자기 주변을 떠도는 영혼들을 외면하듯이 자신의 능력을 거부한다. 허긴 열 여덟의 나이에 자신의 '신기'를 받아들이는게 어디 쉽겠는가.
본투비 '신기'를 가진 두심, 이전 학교에서 '무당의 딸'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던 두심은 어머니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 최고 명문고 송영고로 전학을 간다. 하지만 전학 첫 날 두심을 맞이한 건 송영고 꼴찌의 자살 사건이다. 그런데 자살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매번 시험을 보고 꼴찌를 한 아이가 이유도 없이 죽어가는 상황, 그런 곳에 두심이 전학을 오게 된 것이다. 과연 우연일까?
우연이 아니었다. 미녀 보살이라지만 신기가 약한 두심의 엄마 효심, 하지만 그런 효심에게도 악령과의 대치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어머니 묘심은 보였다. 효심을 찾아온 묘심은 두심을 송영고로 전학 보낼 것을 권했고, 그런 어머니의 뜻에 따라 두심은 송영고로 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곳엔 바로 할머니 묘심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 '악령'이 있었다. 악령은 소영고를 대한민국 최고 명문고로 유지하고픈 욕망에 눈이 어두워진 경필(문성근 분)과 손을 잡고 그가 풀어줄 때마다 나와서 꼴찌를 제물로 삼았던 것이다. 바로 그곳에 온 두심, 결국 악령과의 해묵은 악연은 이제 송영고라는 입시 명문이라는 허울을 내세운 공간에서 대치하게 된다.
드라마는 무당의 딸이라는 두심을 내세워 '악령 퇴치'의 퇴마를 '장르'로 삼는 한편, 이렇다 할 친구 하나 없던 두심과, 전교 일등이지만 꼴찌 위기의 일남이 말고는 역시나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없는 우수(남다름 분)는 남들과 달리 '영혼'을 보는 '공통점'으로 마음을 나누게 된다.
묘심이 몸에 들어가는 걸 계기로 영혼을 보게 된 우수, 처음엔 '신장개업 맛집'처럼 몰려든 영혼들에 두려워하지만 곧 그들과 소통하게 된다. 그런 우수의 달라진 태도는 외려 여태껏 영혼을 보아왔지만 그들의 존재를 부인하고 외면하기에 급급했던 두심에게는 '문화적 충격'이 된다.
즉 자신의 운명에 그저 도망치기에 바빴던 두심은 우수를 통해 자신의 '능력'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계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특히 우수가 둘도 없는 친구 일남이 꼴찌가 되어 죽을까봐 애쓰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신의 운명에 외면했던 두심 역시 각성의 기회가 된 것이다.
다시 열 여덟, 자의식은 한껏 부풀었지만, 사실 내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세상에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가 자신감이 없는 시기이다. 하지만 <우수무당 가두심>처럼 어쩌면 그 누구보다 강력한 신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능력에 대해 거부하거나 외면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어쩌면 두심이 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열 여덟이 그럴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수무당 가두심>은 '퇴마'라는 장르에 성장통의 고민을 절묘하게 잘 어우른 작품이다. 자신의 태생을,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외면해왔던 두심이 결국은 송영고의 악령에 맞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우수무당 가두심>의 관전 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