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장마

by 이재

스리랑카는 10월, 11월, 12월이 장마철이다. 비가 쏟아져 내린다.


오전 6시에 해가 뜨고, 따뜻하고 밝은 하루가 시작된다. 12시에 가랑비가 10분 정도 내리고 그치며 이후를 경고하는 듯하다. 마침내 오후 2시가 넘어가면 비가 쏟아져 내린다. 일주일간 캔디에서 지낼 때, 이 패턴을 벗어난 적이 없다. 덕분에 올해 여름을 2번 겪었다.


그날은 우더워터 켈러 보호구역이라는 숲에 갔다. 걸어 다니며 새, 나무, 동굴 등을 구경했다. 입장료를 받길래 어색함을 느꼈지만, 930루피(약 4,500원)가 아깝지 않았다.


처음 목격하는 자연환경은 놀라움과 편안함을 준다. 이 앞에서 무엇을 보게 될지 궁금해하는 마음이 모험하고 있다는 기분이 준다. 결국 비슷한 걸 보고, 실망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기대감은 진심이다.


놀라움은 2시간 정도 지속되었고, 나머지는 편안함이었다. 걸으면서 정신 차려보니 관찰은 멈췄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머릿속에서 풀고 있었다. 이 풍경과 경험을 담아가지 못한다는 조급함이 잠시 들었으나, 이내 그냥 고민하기로 했다. 필요한 고민이라, 자연스레 풀리도록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생각에 잠긴 채 모든 곳을 돌았을 때,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발목과 허리에 붙어있던 거머리를 떼어냈다. 피가 조금 맺혀 있었다. 비가 오고 나서야 진흙으로 엉망이 된 신발과 바지, 몸에 붙어있던 거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시원하게 비를 맞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만뒀다. 카메라와 가방 속 노트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단우산을 꺼내서 펴낸다.


이내 택시를 잡아 호텔로 돌아간다. 그 택시기사에게 지금 스리랑카가 장마철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아침에는 맑지만 오후에는 비가 쏟아져 내린다고. 여기는 크리스마스에 비를 맞을 수 있겠구나.



다음 연재는 스리랑카 도보여행(https://brunch.co.kr/brunchbook/ceylon-walking) 에서 이어집니다. 브런치북 게시글 제한이 30개인 줄 몰랐네요. 30개를 넘어가기 전에 새로운 브런치북을 만듭니다.


우연이지만 이쯤을 기점으로 여행의 성격도 바뀌어서 브런치북을 나누는 것도 적절해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호텔을 기점으로 주변을 돌아다니며 관찰하고 느낀 점을 나눴다면, 이후에는 도보로 여행을 다니며, 좀 더 현지생활에 가깝게 지냅니다. 걸어 다니며 현지인들만 있는 식당에 들르거나, 현지인의 집에서 차를 얻어마시기도 하고, 홍수를 맞닥뜨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어요.


좀 더 동적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69EF261F-489E-455A-81C3-0716AA43CE6F_1_105_c.jpeg 우더워터 켈러 보호구역
8732FFE1-936D-430F-B589-A10507594876_1_105_c.jpg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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