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곰 엄마 May 05. 2022

전업주부에서 회사원으로 바뀌다

  

벌써 7년이란 시간이 흘렀구나....

두 아이의 엄마란 직함에서  작지만 소중한 나의 일터 안에서의 실장이란 직함으로...    

전업주부인 나의 일상은 그저 7살 터울의 남매를 키우며 불안정한 직업을 가진 남편을 따라 넉넉지 않은 살림에 아등바등 아끼며 살고 있던 조금은 초라해 보였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당시 남편은 지금과는 좀 다른 모습이었다.. 가부장적인 모습과 본인이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과... 때론 뭔가 억울해 보였던 그런 행동이 나를 좀 숨 막히게 했었다..

그래서, 크고 작은 싸움도 많았고 서로 억울해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힘든 시기였기에 몇 번의 이혼 위기도 있었고 이혼하면 두 아이를 내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나 하는 현실적인 문제로 남편에겐 을일 수밖에 없었던 ........자존감이란 것은 이미 어디로 떠나버린 시절이었다...


누수로 인해 장마철만 되면 방바닥에 신문지를 틈새마다 끼우던 그때는 회사 생활에 대한 마음이 너무도 간절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첫 아이가 태어날 무렵 퇴사를 했기 때문에 10년을 주부로 지내왔던 나에게 회사는 그저 두려움이 앞선 곳이었다...


정말 인생에서 결혼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 시기였고,

나처럼 경력단절을 겪고 있는 주부들은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이 든다.

하여튼 난 돈이 필요했고 벌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아직 어린 아들이 좀 마음에 걸렸지만, 이 아이에게 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과 남편에게 경제적 독립을 하고 싶은 마음... 정확히 말하면 당당하게 이혼을 외치고 싶은 마음이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컸기에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봤다.


우선 워크넷에 들어가서 상업계 고등학교를 나온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경리사무원을 알아봤다.. 근데.. 나이가 이미 40 가까이 된 나에겐 나이 제한을 언급하는 회사들로 1차 좌절을 맛보게 만들었다. 생각보다 많은 회사들이 조금은 더 어린 직원을 원했고, 눈높이를 단계별로 낮춰가며 알아보다 시간제로 근무 가능한 회사의 면접을 보러 갔다...

작은 상가 건물 2층 그리 크지 않은 공간에서 몇 분이 열심히 미싱을 돌리고 계셨고, 먼지가 폴폴 날리는 길을 따라 작은 사무실에 들어가서 면접이란 걸 봤다... 남자 사장님이셨는데 나에게 집은 어디냐,,, 아이는 있느냐... 예전에 무슨 일을 했느냐 등등... 그리 어렵지도 난처하지도 않은 기본적이 질문에 어색한 웃음을 만들며 답해 나갔다...

잘할 수 있겠다고 먼저 말씀하시며 여자 사장님이 계시는데 오시면 말씀드리고 연락하겠다고 하셔서 면접을 마치고 나왔다...

이 정도면 붙겠지 하는 마음과 시간제까지 알아본 내가 좀 슬펐다... 그래도 예전엔 일 잘한다고 여러 거래처에서 같이 일하자고 했던 나였는데... 10년이... 좀 길었나 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거기는 연락이 오지 않았고 오히려 다행이었다. 거기 다녔으면 지금 회사에 못 들어왔을 테니까.    

물론 떨어졌을 땐 앞이 막막했다... 내가 갈 만한 곳이 이렇게 없는지... 40 된 아줌마는 사무직으로는 안 써주는지... 어두운 터널로 더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꼭 살아야 하나. 난 왜 어릴 적부터 힘든 삶을 살아야 하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번 생은 고달플까’하면 전생을 탓하고 부모님을 원망하고 남편을 택한 나를 원망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는 내 앞에 네 살 된 어린 아들이 엄마 울지 마 하며 갑지가 뽀뽀세례를 퍼붓고 있는데 정신이 번쩍 나는 걸 느꼈다.  또,    

남편은 일을 알아보고 다니는 내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떨어지면 어떠냐고 다시 알아보면 될 거라고 힘내라고 연신 말을 했다....


‘그래. 여기서 포기하면 내가 아니지. 나도 당신 앞에서 큰소리치며 살 거야. 두고 봐!!!’ 하며 다시 마음을 다 잡고 맘카페 구인광고부터 워크넷 등을 알아보다 지역맘 카페에서 회사 사무직 여직원을 구한다는 내용에 바로 전화하고 면접을 보러 갔다...


약간 외진 곳에 있는 작은 조명회사

현재 계시는 분은 아이 때문에 그만두신다고 조금은 젊어 보이시는 회사 사장님과 면접을 봤다.

예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어느 정도의 사무업무를 볼 수 있는지 물어보시고 나서 회사가 창립 초기라 직원도 거의 없고 업무도 많지 않아 그리 힘들지는 않을 거라 말씀하시고 언제부터 일할 수 있냐는 물음에 내일부터라도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니 그럼 월요일부터 나오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기분은 안도감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등등 만감이 교차한다는 게 이런 마음일 거다..


여하튼 난 취업에 성공했고 이제 남편이 날 너무 힘들게 하면 큰소리도 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예쁜 우리 두 아이에게 엄마가 번 돈으로 맛있는 것도 사줄 수 있게 됐다!!

우선!! 그거면 됐다!!! 아무렴 어때 이제부터 불행 끝 행복 시작 출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