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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곰 엄마 May 09. 2022

뭐야? 나 이상한 데 취직한 거야?

우여곡절 끝에 취직한 회사 첫 출근 후 작은 사무실에 대표님, 나, 그리고 인수인계해 주시는 분이 같이 있었고 사무실 나가면 바로 생산현장이 있는데 거기엔 생산을 주로 하고 있던 남직원과 알바 직원 이렇게 둘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가끔 현장에서 알 수 없는 괴성을 남직원이 지를 때가 있었고 놀란 나는 뭐 일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나? 알바 직원이 실수했나? 하고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퇴사하시는 분이 나에게 조용히 고백 아닌 고백을 하셨다.

 

‘사실 내가 퇴사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쟤 때문이잖아. 봤지?? 갑자기 소리 지르는 거?? 근데

아무 이유 없이 소리 지르는 거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여. 그리고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얼마나 화를 내는지, 내가 나이가 훨씬 많은데도 위아래도 없어. 맨날 인상만 쓰고 아무도 없는 현장에서 갑자기 욕도 한다니까. 그래서 내가 뭔 일 날까 무서워서 못 버티겠어, 내가 일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뭔 일 있으면 사장님께 연락하고’ 이렇게 말씀하시곤 현장 쪽 창문을 힐끔 쳐다보셨다. 


‘뭐지??? 이건??  내가 있어도 괜찮은 건가?? 나한테도 소리 지르고 욕하면 어떡하지? ’ 하고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차라리 말해 주지 말던가. 아님 첫날 말해 주시던가. 안 다닐 수도 또 목숨 걸고 다닐 수도 없는 지금 이 상황은 뭔가 싶었다. 


하지만, 난 이미 출근을 시작한 지 열흘 가까이 지나갔고, 자금계획까지 세워놔서 다시 전업주부로 취준생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어렵게 구한 직장인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다닐 수밖에.


뭔가 찝찝한 인수인계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후, 남직원과 조금 거리를 두려고 조심하고 있을 때  남직원이 하소연하듯 나에게 말했다. 전에 있던 분하고 업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많이 힘들었고 대표님도 아시는 분 부탁으로 우선 직원으로 채용했지만, 후회 많이 하셨다고 일하는 도중에도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서 가끔 현장에서 소리를 질렀더니 갑자기 퇴사한다고 말해서 자기가 무서웠나 너무 심하게 대했나 싶었단다. 


아~~ 그런 거였구나. 어쩐지 인수인계 끝나고 며칠이 지날 동안에 그 남직원에게서 이상한 점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무섭긴 커녕 오히려 사무실에 들어와서 농담도 잘하고 내가 제품에 대한 질문을 하면 아주 친절히 가르쳐 주었다.  대체 저 사람의 본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그게 전 직원하고 업무적으로 맞지 않아서 그랬다는 걸로 밝혀지니까  이젠 맘 놓고 회사 다녀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몇 명 안 되는 직원끼리 대화가 그렇게 없었던 이유와 하나같이 굳은 표정들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근데 일할 것도 많지 않았는데 뭐가 그리 불만 있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내 생각엔 아마 전 직원분이 경력이 없으셔서 해당 업무를 하기엔 좀 힘드셨던 것 같고, 또 남직원은 본인보다 나이 많은 분이라 실수를 해도 말하기가 어려워 많이 참다 보니 좀 폭발한 것도 같고, 이래 저래 서로 힘들었을 것 같았다.


뭐 난 나름 경력도 있고 해당 업무도 그리 힘든 일이 아니어서 제품에 대한 것만 공부하면 될 듯했고 , 또 남직원과 대표님도 그 전 직원과 비교가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엄청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해 주셨다. 칭찬에 익숙하지 않아서 듣기에 민망했지만, 욕보단 낫지 않나 싶다.. 


며칠 동안 무섭고 이상한 곳에 취업한 줄 알고 엄청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이상한 곳이 아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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