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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곰 엄마 May 12. 2022

나도 직장 다닌다고요!!!

워킹맘이란 단어는

예전 TV 광고나 예능프로그램에서 직장 생활과 가정생활을 멋지게 해내는 슈퍼우먼 같은 모습의 하나도 힘들어 보이지 않고 뭐든 거뜬히 해내는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 단어인 것 같다.


근데, 모든 일하는 엄마들은 다 알 거다!! 전혀 세련되지도 않고 이 모든 걸 해내기 위해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걸...    

그리고 워킹맘에게 딸린 명함은 대체 몇 개나 되는 건지. 대체 내 정확한 직업은 뭐냐고! 회사원, 엄마, 아내, 며느리, 딸 뭣이 이렇게 많냐고!    


또 이 모든 업무를 하나라도 게을리해서는 큰일 난다는 거.    


난 우리 집에서 장녀이고 또 시댁에선 큰며느리다. 무슨 일이 있으면 일하고 있는 나에게 친정엄마 때론 시어머니가 연락하셔서 요즘 무슨 무슨 일이 있는데 이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보고 해결해 달라고 굳이 일하는 딸, 며느리에게 전화한다. 

핑계인 듯 아닌 듯 아들들한테는 말해 봤자 소용없단다. 

투덜 투덜 하면서도 난 또 그분들이 원하는 해결책을 찾아 준다. 굳이 업무시간 왜 전화를 하시는지.... 가끔 통화가 길어질 것 같으면 화장실에서 볼일 본 것처럼 통화하고 온다.. 누가 보면 변비인 줄 알겠지. 흑...    


아내로서의 나는 그나마 다른 명함보다 조금은 수월해 보인다. 어차피 거의 동등한 위치에 있어서 그런지 남편에겐 그 사람만을 위한 것보다는 집안일의 어느 한 부분을 차지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일하는 나에게 가끔 남편의 투정처럼 불만을 듣고 있노라면 조금 짜증이 나고 화가 날 때도 있었다.  가령 회사에서 시달리다 퇴근하면 다시 집으로 출근하는 나는 아이들을 챙기고 매일 하던 일들도 버거워 억지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그런 날들이 있을 때 남편은 혼자만 일하는 것 아닌데 왜 짜증을 내고 본인에게 살갑게 대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나열할 때도 있었다. 이럴 때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근데. 이것도 나이가 들고 시간이 많이 흘러간 지금은 거의 싸울 일이 없어졌고 조금 더 젊을 때나 일어날 만한 일인 것 같다.    


끝으로 엄마다.

이게 말이지 제일 힘들었다. 둘째 아이가 어려서 회사에 출근하다 보니 조퇴하거나 출근이 조금 늦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가 아프거나 일이 있으면 엄마인 내게 전화를 하고 난 또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한다. 또 병원은 2일에서 3일치분의 약을 줘서 다시 오란다. 일주일치는 안 된다고 상태를 봐야 한다면서. 그럼 3일 후 회사에 출근하기 전 병원에 갔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늦은 출근을 해야만 했다. 

남편이 하는 일보다 내가 하는 일이 조금은 더 자유로워서 하긴 하지만, 나도 직장에 다니는 사람으로 상사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다행히 회사 대표님이 많이 신경 써 주시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는 편이라 괜찮지만, 내 마음이 불편한 건 사실이니까.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둘째가 드디어 초등학교 입학했는데, 우리 아이 성향이 내성적이면서 새로운 환경을 많이 낯설어하는 성격이라 걱정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입학식 후 첫 수업에 들어가는 날 담임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다.

‘어머니 ~00가  학교를 많이 낯설어해서 불안해하네요. 괜찮으시다면 아이가 교실에 입실할 때 같이 하셔서 10분이든 20분이든 같이 앉아있다 가시면 안 될까요?’ 

역시나 싶은 마음에 선생님과 아이들이 괜찮다면 잠깐 앉아있다 가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린 후 

대표님께 전후 사정을 얘기하고 당분간 출근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말씀에 다음날부터 1학년 교실에 같이 입실해서 아이가 안정을 찾으면 슬그머니 얘기하고 나왔다.

처음엔 30분.. 그다음에 20분 그다음엔 10분 이렇게 시간을 줄여가며 1주일 정도를 아이 곁에 있었다. 담임 선생님께 정말 감사했고, 그 걸 이해해 주신 대표님도 너무 감사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병원도 혼자 다닐 정도로 씩씩한 아이가 되었지만, 그때 생각하면 아이를 위해서 그만 다녀야 하나 했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워킹맘이란 슈퍼우먼이 아니다.

주위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워킹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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