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곰 엄마 May 16. 2022

나의 뭉클했던 첫 회식!

 7년 전 처음 회사에 입사를 했을 때, 직원이 대표님 빼고 둘 뿐인 아주 작은 회사였다.

회사도 나도 거의 신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나름 패기는 넘치지만 아직 모든 업무가 엉성한 그런 시기였다.


 9월에 입사를 했고 회사에 적응해 가면서 이것저것 제품에 공부도 하고 바쁠 땐 현장에 나가서 남직원을 도와 포장도 하면서 지내니 벌써 추운 연말이 다가왔다.

대표님이 우리도 송년회를 해야지 하시며, 어디가 좋을까 하셔서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저희 집 근처 삼겹살집 어떠냐고 말씀드렸더니 남직원과 대표님이 흔쾌히 좋다고 거기로 가자고 하셨다.


아직 작은 회사라 남들처럼 한우를 구워가며 송년회를 하기엔 아직은 때가 아닌지라 부담 없는

삼겹살집으로 말씀드렸고, 또  어린 둘째 아들을 좀 챙기고 나와야 할 것 같아 집 앞에 식당을 추천한 것이다.

얼마 만에 하는 연말 회식인가??

회사원들은 회식이라고 하면 눈살부터 찌푸려진다고 할 만큼 반가운 단어가 아니겠지만, 난 경력 단절과 어렵게 구한 회사에서 하는 첫 회식이라 좀 설레었다.


맨날 보는 남편과 하는 술자리가 아니라 회사 사람들과 하는 술자리는 뭔가 다를 것 같았다 또 이것저것 아이를 챙기면서 어렵게 고기 한 점 먹는 식사 자리가 아니라 오로지 나만 편하게 챙겨 먹으면 될 것 같은 그런 자리일 것 같아 내심 그날이 기다려졌다.


드디어 연말 회식 날!!

난 대표님의 배려로 30분 먼저 퇴근하고 집으로 가서 아이들에게 저녁을 챙겨주고 집 앞 식당으로 갔다.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한 회사 사람들과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고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대표님 또한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첫 회식인데 너무 늦어서 미안해하시며 회식을 너무 자주 하면 직원들이 싫어할 수 있으니 앞으로 두세 달에 한 번은 이런 식사자리로 편하게 밥 먹자고 말씀하셨다. 나도 아이가 어려 회식을 자주 하면 부담스럽겠지만 두세 달에 한 번이면 나에게도 자유시간일 것 같아 좋다고 말씀드렸다. 

회식이라고 부어라 마셔라 술을 권하는 게 아니라 본인 주량만큼만 먹으라고 말씀하셨고 또 한 해 동안 고생했다고도 말씀해 주셨다. 회사가 생긴 이래로 연말 회식이란 걸 처음 했기엔 만감이 교차하는 듯 보이셨다. 


암요. 저도 그랬거든요. 

남 밑에서 눈치 보고 힘들게 영업하셨던 대표님과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시험 본다고 좋은 기회 놓치고 힘들게 알바만 하다 정착한 남직원 그리고 생계를 위해서 경력단절을 힘겹게 극복하고 온 나...... 

그리고 직원인 듯 아닌 듯 한 알바 직원 이렇게 넷이서 쓰디쓴 소주가 달게만 느껴지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 그런 회식이었다.

이렇게 인연이 되어 우리가 이 회사에서 만났으니 내년에는 더 좋은 곳에서 연말 회식할 수 있게 더 노력해보자고 또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끝마쳤다.


남들이 보기엔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회식이지만 나에겐 뭉클했던  첫 회식이었다. 


코로나가 종식된 건 아니지만 많은 회사원들이 재택근무에서 회사로 다시 출근한다고 하고 또 그동안 절제했던 회식 문화가 스멀스멀 올라온다고 걱정하는 회사원들 보면 회식을 얼마나 자주 하고 불편하게 했길래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회식을 업무에 연장선으로 볼 만큼 힘들게 하는 회식이면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가끔 하는 회식에선 그동안 업무 중 조금 힘들었던걸 얘기하고 풀 수 있는 그런 자리도 될 것이고 상사 없이 하는 회식에서 상사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면서 스트레스 풀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일 텐데.  회식이라면 눈살부터 찌푸리는 그런 자리는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난 가끔 하는 회식이 너무 즐겁다. 거의 분기마다 해서 직원들의 일정이나 상황에 맞춰서 날짜를 잡고 또 10시쯤에는 일정을 끝내기 때문에 크게 부담도 없다. 또 그날은 엄마인 내가 자유롭게 저녁을 보낼 수 있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난.. 좋다.. 우리 회사의 회식문화!  

작가의 이전글 나도 직장 다닌다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