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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곰 엄마 May 20. 2022

과실을 나누자고?? 대체 언제??

우리 대표님이 회식할 때마다 직원들 사기를 올려 주시려고 하시는 말씀 중에 꼭 빠지지 않던

대사가 있다. 

‘ 점점 회사가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정진해서 우리 회사를 이렇게 저렇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해서 수익이 많이 생기면 우리가 같이 과실을 나눠 가져 가야지 함께 커나갈 수 있다!!!’

너무나 듣기 좋은 말씀이셨다. 직원들이 그 말을 들으면 더욱더 열심히 일해서 회사가 발전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하시는 그런 말씀이셨다.

과실을 나눠주겠다는데 마다할 직원이 어디 있으랴.

앞서 얘기했듯이 우리 회사 내가 첫 입사 할 때 대표님 포함 3명이었다. 물론 기술적으로 도움 주시는 분은 가끔 오시기에 포함 안 시켰고. 그분까지 하면 4명??

암튼 첫 회식에서도 상기된 표정으로 대표님께서 우리 직원들은 하나같이 자기 일 마냥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씀하셨고, 그때 처음 하신 말씀이 과실을 나눠갖자는 것이다.!!  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우선 회사가 성장해야 했고 아직 과실을 나누기엔 멀었다고 스스로에게 위로하며 열심히 일을 했다.

첫 입사 후 1년이 지나면서 일이 점점 많아지고 직원이 그 해에 두 명이 더 들어왔다.

대표님도 영업을 열심히 하시고 우리 회사 제품이 좋다는 소문이 난 건지 일이 처음 입사할 때 보다 많이 늘어났다. 직원들 입장에선 일이 없는 것보다는 일이 많은 게 훨씬 마음도 편하고 힘들어도 즐거웠다.


새로 입사한 직원들과 함께 한 첫 회식 때 들은 말은 당연 대표님의 과실을 나누자였다.

사뭇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던 우리들은 대표님의 그 말씀이 진실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열심히 일하면 과실은 우리 꺼다라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일했다.

한 번은 야근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우리 회사가 5인 이하 사업장으로 연장근로 수당이 법적 의무는 아니었다.  힘들게 일하는 현장 직원들에게 따로 챙겨 주실 것처럼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잊어버리셨는지 그냥 넘어가셨다. 현장 직원들은 아쉽기는 해도 누구 하나 먼저 말하지 않았다. 

물론 그때 빼곤 연장수당이든 휴일 수당이든 다 나갔지만, 대표님은 아마 본인이 안 줬다는 것도 모르실 거다. 누구 하나 말하는 직원이 없으니,.

하지만, 우리는 회식 때마다 말씀하시는 저 과실 얘기를 누구보다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그것마저 믿지 않으면 열심히 일할 의욕이 사라질까 봐, 무엇보다도 회사가 살아있어야 하니까 여기가 내 밥벌이니까. 그것만도 감사하게 생각해야만 했다.


한해 한 해가 지나면서 이제는 대표님의 과실 얘기가 그저 영업용으로 들리는 건 왜일까?    

직원이 조금 더 늘어난 지금 그 전보다도 더 많은 일을 하고는 있지만 열매를 나누기엔 아직도 한없이 부족해 보이나 보다 대표님께서는...    

요즘 회식에서는 그전처럼 자주 말씀하시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아지면서 열매 레퍼토리가 나온다. 예전처럼 그 말에 더 이상 설레지도 않고, 진지하게 경청하면서 열매를 얻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자 다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내 회사 생활에 만족하고 내 능력을 조금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내 밥벌이 공간이 최대한 존속할 수 있게 노력할 뿐이다.    


‘과실이요?? 과연 퇴사 때까지 만져 볼 수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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