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곰 엄마 May 27. 2022

회사에 감정 쓰레기통으로 취직한 줄 아냐??

감정 쓰레기통...

어릴 적부터 내가 자라오면서 느꼈던 감정의 많은 부분들을 요즘 말로 감정 쓰레기통이란 단어로 모든 설명이 가능했다.

정말 우울한 단어이다. 타인이 받은 나쁜 감정을 나랑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데도,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되는 그런 기분 나쁜 단어.     

어릴 적부터 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사용한 사람은 다름 아닌 가장 가깝다고 느껴야 할 사람인 엄마란 존재였다. 

내가 장녀란 이유로 본인의 삶이 이렇게 괴로운 건 바로 네 아빠 때문이다. 내가 그래도 너희를 버리지 않고 살아온 거다 라는 레퍼토리로 내가 결혼하고도 한참 동안을 괴롭혔다.     


근데 이게 회사에서도 내가 느껴야 할 감정인가 싶다.

회사에 나랑 동갑이 남직원이 있는데, 그 직원이 공황장애가 있다고 했고 내 전임이 그만둔

이유도 이 직원 때문일 정도로 감정 조절을 못 하는 듯 보였다.

본인이 스트레스 안 받고 일을 하면 더없이 편안하고 착한 직원이나, 회사에 스트레스가 생기면 어김없이 혼잣말로 욕을 하던가 현장에서 소리를 지른다. 그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긴 했지만, 나에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저 신경 쓰지 않으려 애를 썼다.     


회사에 직원이 우리 둘 뿐이라 많은 업무를 해야 했다. 난 사무 쪽 그 직원은 현장 쪽 업무로 회사가 작아 쉽게 볼 수도 있지만, 회사 돌아가게 만드는  업무들이 과연 한 두 가지뿐이랴... 그러다 남직원 밑으로 사원들이 입사하고 본인은 조금 더 회사에서의 위치가 어느 정도 생기자 그만큼 책임도 많아졌다. 대표님은 나름 창업 멤버인 남직원에게 싫은 소리는 가급적 하지 않으시고 가끔 선을 넘는 발언을 해도 그냥 넘기시다 보니 본인이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한 듯 보였다. 

그러다 업무적으로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자꾸 내 앞에서 거친 욕을 하고 또 크게 실수한 업무도 아니 한글 맞춤법 하나 틀린 것 같고도 대표님 앞에서 내가 매번 실수하는 것 마냥 큰 소리로 화를 내 듯 소리를 질렀다. 물론 나도 그런 거에 참는 성격이 아닌지라 대표님 앞에서는 그냥 듣다가 외근 나가시면 남직원에게 따지듯 얘기하고 또 그는 벌써 잊은 듯 미안하다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다시는 안 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변함없이 본인 기분에 따라 쏟아붓고 또 안 하겠다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럴수록 너무 지쳐갔다.      

내가 회사에서까지 감정 쓰레기통 노릇을 해야 하냐고!!!! 정말 울면서 그만하라고 하면 직원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대표님은 아시는 듯싶었지만, 직원을 그래도 끌고 가고 싶으신지 한 두 번 좀 잘하라고 말씀하신 게 끝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돈을 벌어야 하는 나는 그렇게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참.. 돈이란 게 뭔지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포기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후로도 몇 번 크게 고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대표님께서 잡아주셔서 넘어갈 수 있었다.     


지금은 그 직원이 없다.      

해가 갈수록 도가 지나치는 행동과 본인 업무를 직원들과 공유하지도 않고 가르쳐주지도 않고 다른 사람이 일을 못하도록 다 갖고 있어서 회사에서 절대 자기를 내보지 못할 거라는 그런 맘으로 윗사람과 밑에 직원들을 대했다. 

그러다 회사가 좀 더 방향성을 키우기 위해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대표님께 선을 넘는 행동과 또 그럴 때마다 나에게 본인의 감정을 이해하길 바라는 발언을 수시로 업무시간에 불러서 폭발시키듯 얘기하는데 더 이상은 내가 못 버틸 것 같아.

그 간 사정을 대표님께 얘기하고 퇴사하겠다고 말씀드리니. 한참을 생각하시던 대표님께서 잠깐 있어 보라고 하시고 그 직원과 따로 말씀하시더니 남직원이 퇴사를 했다.      


우리 직원들 중 그 누구도 그 직원의 퇴사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오랫동안 같이 일한 사람인데도 말이다.      

그 후로 남직원이 끌어 앉고 안 주던 업무를 처리하느라 고생 좀 했지만, 회사는 다시 편안한 상태가 되었고, 난 더 이상 그 직원의 감정 쓰레기통 노릇을 안 해도 됐다.     

작가의 이전글 과실을 나누자고?? 대체 언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