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네덜란드가 묘하게 합쳐진 우리 아들은 나와 남편의 장단점이 절묘하게 섞인 우리 부부의 새로운 버전이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예민함은 자기 아빠를 어쩜 저리도 똑 닮았는지 분명 나는 그렇게 안 키웠는데, 오히려 그런 싹순이 보일 때마다 부드럽게 잘라내며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뿌리가 남아있던 건 생각지 못했나 보다.
우리 아들은 잘 지내다가도 내가 무엇인가를 안된다고 하면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둥, 엄마는 자기를 싫어한다는 둥 사람들 앞에서도 싫은 티를 팍팍 내거나 화를 내서 나를 곤란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아빠를 빼닮은, 내가 자꾸 잘라내서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싹이다.
게다가 우리 남편은 굉장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라 모든 일을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쉬운 사람이다. 그래서 남편에게서 공감 같은 것을 바라는 것은 마치 갓난아이에게 난이도 최상 매운 마라탕을 먹으라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오죽하면 내가 우리 남편을 장례식에 안 데리고 다니겠는가. 차라리 나 혼자 가서 함께 울어주고 슬퍼해주고 초상집에 도움을 주고 오지 가서 별 공감도 안 하고 아주 현실적인 소리나 하는 남편을 데리고 갔다가 무안해진 적이 제법 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아들의 감수성이 풍부하고 공감능력이 좋은 것은 다행히 엄마인 나를 닮았다.
아들은 주일 예배시간에 누군가 울고 있으면 다가가서 휴지를 건네주고 안아주는 스위트보이이다.
그런 우리 아들이 8-9개월 무렵이었던 것 같다. 아직 걷지 못했고 말도 엄마, 아빠, 맘마가 전부였던 시절이었으니.
어릴 때부터 음악에 대한 감각을 키워주겠다고 나는 아기에게 어린이 음악을 틀어주곤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유독 한 노래만 들으면 그 어린 아기가 서럽게 우는 것이다. 그것은 노래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그 가사는 이러하다.
문득 외롭다 느낄 땐 하늘을 봐요 같은 태양아래 있어요 우린 하나예요 마주치는 눈빛으로 만들어가요 나지막이 함께 불러요 사랑의 노래를 혼자선 이룰 수 없죠 세상 무엇도 마주 잡은 두 손으로 사랑을 키워요 함께 있기에 아름다운 안개꽃처럼 서로를 곱게 감싸줘요 모두 여기 모여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봐요 아름다운 세상
하여튼 그 노래만 나오면 그렇게 슬프게 울었다. 그래서 나는 그 노래를 넘겨버린 적이 많다.
그리고 이제 만 8살이 된, 한국나이 초등학교 2학년 올라가는 우리 아들은 아직도 슬픈 영화나 심지어는 만화책에서 슬픈 내용이 나와도 펑펑 우는 감성맨이다.
그런 우리 아들을 재우다가 발생한 일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우리 옆 옆집에는 두 딸을 입양한 너무나 사랑이 넘치는 부부가 있다. 그 부부는 아이들의 입양을 숨기지 않고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설명해 주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설명해 주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꿈나라 루틴이 있는데, 아이들 침대 중간에 아이들 사이에 내가 앉아서 책을 읽어주고 나면 남편이 와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고, 그다음에 내가 기도해 주고 그리고는 주저리주저리 이야기 하다가 아이들은 잠이 든다. 그런데 그날은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딸: 엄마, 우리는 엄마의 아이들이야?
나: 엥? 그게 무슨 소리야?
딸: 아니~ 진짜 엄마가 낳은 엄마의 아이들이냐고~
나: 그거야 당연하지, 너 나 닮았잖아~~~ 엄마가 너희들 낳느라 얼마나 배가 아팠는데...... 너희는 진짜 엄마의 아이들 맞아.
(이 이야기를 들은 아들이 갑자기 울면서)
아들: 엄마 엉엉~ 고마워~~ 엉엉~ 미안해~~
나: 아니 고마운 건 알겠는데 왜 미안해?
아들: 엄마가 우리 때문에 배 아프고, 돈도 다 우리한테 써야 하고 엉엉~ 미안해~~
나: 아니 고마운 건 맞는데 미안한 건 안 미안해도 돼. 엄마 아빠는 부모로서 당연히 너네가 어른이 될 때까지 먹여주고 입혀주고 하는 거 당연한 거야.
아들: 엄마, 내가 크면 일 많이 할 거야. 그리고 큰 레스토랑 주인이 될 거야. 그래서 돈 많이 벌어서......
나: ("엄마 집 사줄게, 차 사줄게"라고 할 줄 알고 기대하고 듣는데)
아들: 엄마가 나의 레스토랑에 오면, 내가...
나:('아, 맛있는 것 많이 대접할게'라고 할 줄 알고 듣는데)
아들: (비장하게) 할인 해 줄게! 엄마 음식 먹고 싶은 것 다~ 할인 해 줄게!
나:.........................................................
그랬다는 이야기다. 나는 그동안 유대인을 키웠나보다.
웃픈 엄마의 오늘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