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

by 김재호


침묵이 잠식한 늪에 빠진 날은

나를 둘러싼 고요에 동조하기 위한 강박으로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운다.


불확실한 내면의 어느 자락은

소음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 위해

뾰족한 바늘로 애먼 입을 시침질한다.



요란함이 아군의 표식인 숲에 던져진 날은

시끌벅적함에 두들겨 맞아 조각나 버릴까

두려운 나를 꼭 잡고 집중하곤 한다.


확신에 찬 결백의 울림보다

불협화음을 만드는 것에 쉬이 길들여지기에

거짓을 발산하며 진실로 서 있을 수 있다.



오늘도 내가 중첩된다.

비겁한 나와

조금 더 비겁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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