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하루 종일 회의와 디버깅, 보고서에 쫓겼다.
코드를 보느라 눈은 뻑뻑했고, 머리는 이미 타들어갔다.
전철에 몸을 싣고 퇴근하며 생각했다.
‘집에 가면 조용히 눕고 싶다. 아무 생각도 안 하고.’
하지만 현관문을 열자마자 소리가 쏟아진다.
“여보, 쓰레기 좀 버리고 와.”
“오늘 애들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 설거지 당신이 좀 해줘.”
그리고 아이들이 끼어든다.
“아빠, 이것 좀 해줘!”
“아빠, 이거 같이 하자!”
그 말들을 뒤로 미뤄둘 힘조차 없다.
몸은 이미 한계다. 그냥 눈을 감고 가만히 있고 싶은데, 그럴 틈이 없다.
우리 집에는 방이 세 개 있다.
아이들이 하나씩 차지했고, 남은 침실은 부부가 함께 쓴다.
그 방이라도 조용히 있을 수 있을까 싶지만, 거기조차 아내가 들어올 때마다 한 마디씩 던진다.
“이불은 좀 개 놓지 그랬어?”
“하루 종일 폰만 봐?”
“애들 좀 봐줘. 나 좀 씻고 오게.”
그 사이 아이들도 또 들어온다.
문을 닫을 틈도, 숨을 고를 틈도 없다.
이 집 어디에도 나를 내려놓을 자리가 없다.
정신은 늘 긴장 상태다.
몸은 이미 바닥에 가라앉았는데, 마음은 그 위에 더 무겁게 깔린다.
집에 왔지만, 돌아온 느낌이 없다.
여기는 쉼터가 아니라, 또 다른 일터 같다.
이건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일 반복된다. 주말에도 똑같다.
쉬겠다는 생각 자체가 사치다.
차라리 출근하는 게 더 조용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누워 있으려고 해도, 아이들과 놀아주기, 방 정리, 장보기,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쉴 수 있는 틈은 오지 않는다.
나는 요즘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쉴 곳은 어디인가.
회사에도, 집에도, 나를 잠시라도 내려놓을 공간이 없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