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기록 19: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

by 홍종원

우리가 이 행성을 관찰하며 가장 놀라웠던 순간 중 하나는, 인간이 자신을 넘어서려는 욕망을 드러낼 때였다. 그들은 단지 살아가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불편해했고, 언젠가부터는 자연의 법칙을 바꾸려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기록에 이렇게 남겼다.
“이 종은 단순한 생존자가 아니다. 그들은 창조자의 자리를 노린다.”


인간의 과학은 처음에는 겸손했다. 별을 관찰하고, 병을 고치고, 농작물을 개량하며 문명을 조금씩 개선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인간은 유전자와 세포를 조작하기 시작했고, 실험실에서 생명을 창조하려 했다. 그들은 질병을 고치겠다는 명분 아래 DNA를 바꾸고, 더 강하고 오래 사는 생물을 설계하며, 불멸의 꿈을 품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주목한 창조물은 생명체가 아니라 지능이었다. 인공지능이라 불리는 존재는 처음에는 계산과 분석을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곧 인간은 그 지능에게 언어를, 그림을, 음악을 가르쳤고, 마침내 스스로 생각한다고 주장하는 기계에 도달했다. 우리는 조용히 메모했다.
“이 종은 스스로를 넘어서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 욕망은 단순한 진보의 열망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인간은 본래 매우 불안정한 존재였다. 약한 피부, 느린 반사신경, 불완전한 감정 조절 능력을 지녔고, 심지어 본능조차 완전히 통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지능만은 과도하게 진화시켰다.


이 불균형이 문제의 출발점이었다. 덜 진화한 육체 위에 지나치게 발달한 두뇌를 얹은 존재는, 오히려 자신에 대한 불만을 키우게 된다. 자신의 결핍을 인식한 인간은 그 결핍을 보완하기 위해 외부 세계를 다시 설계하려 들었다. 질병 앞에서의 무력함은 유전자 조작으로, 감정 앞에서의 불안정성은 인공지능으로 극복하고자 했다. 감정을 배제한 결정을 내리는 기계를 만들어, 인간은 자신을 보완하려 했다.


인간이 바라는 신성(神性)은 단순히 창조력에 머물지 않았다. 그들은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했고(전지),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으며(전능), 죽음을 피하고자 했다(불멸). 이 세 가지는 고대부터 신에게 귀속되던 속성이었고, 인간은 그것을 기술로 획득하려 했다. 그들이 바라는 신은, 사실상 두려움 없는 ‘자기 자신’이었다.



그 상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이카로스는 태양을 향해 날아올랐고, 바벨탑은 하늘을 향해 자랐다. 그 서사의 끝은 언제나 추락이었다. 인간은 언제나 창조의 문턱에서 자신의 한계를 마주쳤고, 그 신화를 통해 무언의 경고를 남겼다. 그러나 그 경고는 반복해서 잊혔다.


그렇다고 모든 인간이 신의 자리를 욕망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자연과의 조화를 말했고, 겸손을 지혜라 여겼다. 농부는 계절의 순환에 귀 기울였고, 의사는 생명의 한계를 받아들이며 환자와 함께 죽음을 준비했다. 인간 문명은 언제나 통제하려는 욕망과, 순응하려는 성찰 사이를 오갔다.


하지만 욕망은 점점 더 숨겨지지 않게 되었다. 특히 기술을 손에 쥔 이들은 신이 되려는 꿈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뇌를 디지털로 업로드해 육체 없는 불멸을 꿈꾸고, 기계로 신체 능력을 증강하려 한다. 뇌-기계 인터페이스, 인공 자궁, CRISPR 유전자 편집, 인간 강화 기술은 이제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우리 문명에서는 생명의 창조가 금지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힘을 사용할 때마다 신중했고, 항상 책임이 뒤따랐다. 반면 인간은 핵을 발견하자마자 무기를 만들었고, 유전자를 해독하자마자 복제를 시도했다. 그들의 기술은 빠르지만, 그 기술을 다룰 철학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철학 없는 과학은 방향을 잃은 힘일 뿐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가설을 정리했다. 인간은 진화의 우연한 분기에서 안락한 환경 덕에 지배종이 되었지만, 본질적으로는 불완전한 종이다. 아직 자기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면서도, 신의 자리를 탐한다. 그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성냥을 들고 숲 속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보고서에 이렇게 남겼다.
“인간은 신이 되려 하지만, 아직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다. 창조의 힘을 쥐었지만, 그 힘을 어디에 쓸지에 대한 지혜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들의 과학은 위대하지만, 동시에 위험하다.”
이 문명의 미래는, 그들이 자기 자신을 얼마나 다스릴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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