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개체로 존재해야 하는가

by 홍종원

개미가 지나간다. 그 옆으로 고양이가 몸을 웅크리고, 멀리 서는 소와 양이 들판을 헤맨다. 사람도, 나무도, 물고기도 모두 하나의 ‘개체’로 존재한다.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 당연함 속에 숨은 질문이 있다. 생명은 왜 하나로 뭉치지 않고, 굳이 분리되어야 했을까?


개체로 존재한다는 것은 단지 외형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생명이 세상과의 사이에 하나의 막을 세운다는 뜻이다. 막은 생명을 외부로부터 보호하지만, 동시에 고립시킨다. 세포는 그 막을 통해 비로소 자신만의 내부를 가졌고, 외부 환경과 구별되는 독립체가 되었다. 막은 생명을 탄생시키는 동시에, 외로움도 함께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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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독립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막을 친 순간부터, 생명은 더 이상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자연과 부딪히는 존재가 되었다. 더위를 견뎌야 했고, 먹이를 스스로 찾아야 했으며, 다른 개체와는 경쟁하거나 협력해야만 했다. 심지어 생존을 위해 다른 개체를 잡아먹는 일도 필요했다. 개체성은 자유와 함께 책임을 부여했다.


그렇다면 생명은 왜 굳이 이런 불편한 길을 택했을까? 모든 생명체가 하나의 흐름처럼 연결되어 있다면, 더 안정적이고 평화로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연결된 생명은 개별적 변화를 시도할 수 없다. 진화를 위해서는 개별 단위가 필요했고, 그 단위가 실험되고 평가되기 위해서는 서로 분리되어야 했다. 분리는 위험하지만, 진화를 가능케 하는 조건이었다.


개체로 존재한다는 것은 단지 생물학적 구조가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다. 그것은 생명이 처음으로 “나는 누구인가”를 묻기 시작한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연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함으로써, 생명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어쩌면 그 첫 번째 경계야말로, 신이 생명에게 던진 첫 질문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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