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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단일체제 가동

by 홍종원

국가위기관리센터의 스피커가 울렸다.
<장주기 신호 증가 — 분화 확률 73%>
<지하 마그마 방, 상부로 상승 중>


순간, 회의장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서지훈 국가안보실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산이 이제… 숨을 내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윤현우 대통령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며 말했다. “경보 단계를 4단계로 격상하십시오. 그리고 지금부터, 모든 부처는 ‘전시 체제’로 전환합니다.


그 한 마디는, 대한민국이 단순한 재난 대응을 넘어 국가 시스템 전체를 다시 작동시켜야 할 순간에 들어섰다는 선언이었다.


오전 10시 50분.
서지훈은 전자펜을 들어 회의실 화면에 작전명을 써 내려갔다.


『작전명: 단일체제 가동』


회의실의 공기가 잠시 멈춘 듯했다. ‘단일체제’라는 단어는, 단순한 작전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좌표를 선언하는 문장이었다.


서지훈은 화면에서 눈을 떼며 조용히 말했다.
“이것은 단순한 재난 대응 계획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대한민국은 한반도 전체를 하나의 생존 단위로 간주합니다.


그의 말은 단호했지만, 과하지 않았다.
“일본의 붕괴, 북한의 통제 불능, 백두산의 분화는 각각의 사건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동북아 역사의 변곡점입니다.


8. 단일체제 가동.png


곧이어 정부는, 백두산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네 가지 조치를 공식 발령했다.


첫 번째 조치는, 백두산 화산에 대한 국가 전단계 비상령 발동이었다.
정부는 분화구를 중심으로 반경 200킬로미터 이내의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강원도 북부와 북한 함경도 일대에는 즉시 민간 대피 명령이 내려졌고, 국군 병력과 드론 감시 부대는 긴급 투입 대기 상태로 전환되었다. 특히 “분화 발생 시, 북부 지역은 군사적 지휘 체계에 따라 작동된다”는 명령이 명시되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 영토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 행사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게 되었다.


두 번째 조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 방송이었다.
재난 경보가 발령되자, 전국의 텔레비전과 라디오, 스마트폰으로 정부 공식 메시지가 동시에 송출되었다.
“정부는 국민 여러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가 기능을 유지하며, 모든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침착하게 안내에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메시지는 짧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공포를 가라앉히는 말이라기보다는, 국가가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 순간 사람들의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혼자가 아니다’라는 감정이 아주 천천히 되살아났다.


세 번째는, 국제 공조를 위한 외교 채널 가동이었다.
윤현우 대통령은 곧바로 미국, 중국, 러시아, 그리고 유엔 사무총장과의 화상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서 대통령은 단호하게 말했다.
“백두산 상황은 단순한 화산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질서 전체에 영향을 줄 사안입니다. 한국은 국제사회와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한반도에 대한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자 합니다.
미국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지를 표했고, 중국 주석은 말을 아꼈지만 표정이 굳어졌다. 러시아는 여전히 침묵했으나, 회의 후 곧장 백두산 상공으로 정찰 위성을 보내기 시작했다. 말보다 움직임이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


마지막 네 번째 조치는, 북한 붕괴를 가정한 민간보호령 발동이었다.
국정원장은 보고했다. 북한 북부 국경 지대에서 약 4만 명 규모의 민간인 이동이 시작되었으며, 일부는 남쪽으로, 일부는 중국 국경을 향해 흩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주저 없이 선언했다.
“그들을 적으로 보지 마십시오. 우리가 맞이하고 보호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동시에 군과 경찰에게는 질서 있는 수용과 보호 체계 가동이 지시되었다. 모든 민간인은 신원 확인 후 임시 보호소로 이송되며, 이 순간부터 한반도에 들어오는 모든 생명은 대한민국의 책임 아래 놓인다는 원칙이 공식화되었다.


그 명령은 한 문장으로 기억되었다.
“우리는 통일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통일이 우리를 선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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