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흐름과 개인의 상처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상처에 직면하고 인간 삶의 취약성을 노출시키는 한강의 시적 산문”을 이유로 노벨문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군요. 저는 <채식주의자>에 대해 외면과 내면, 상식과 진리, 대중과 지식인, 도시와 철학, 도덕과 예술, 세인(das Man)과 현존재(Dasein) 등으로 표현되는 고전적인 이원적 대립이 그대로 녹아난 작품이라 느꼈습니다.
'역사적 상처', '인간 삶의 취약성' 등을 말한 한림원의 평가도 역시 같은 지적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후자보다는 전자가 더욱 강해 억압적인 우리 사회에서 과연 <채식주의자> 같은 작품이 받아들여질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는데 역시 우리보다는 외국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육식 사회에서 채식을 하는 것, 인륜을 어기면서 예술적 성취에 도달하려는 것은 상식을 넘어서는 행위입니다. 정치와 사회,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르려는 개인은 깊은 상처를 받고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됩니다. 인류 역사에서 그런 사람들은 적지 않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의 행위는 평가와 찬사를 받기도 합니다. 한강은 그런 행위의 당위성을 옹호하고 설명하려 하기보다 담담하게 그들이 받은 상처와 파멸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문학의 본분에 충실한 호소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결국 노벨상에 이른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한강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봐야 하겠습니다. 대중문화와 물질적인 기술 분야에서 뿐 아니라 문학의 영역에서도 우리가 인정받았다는 기쁨이 크지만 우리 사회과 과연 <채식주의자>를 포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런 수준에 이르기를 바라며 노벨상 수상을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