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여행

혼자 하는 여행의 묘미

by Belle

2년 전부터 차례대로 쓰려니 지겨운 감이 있어 이제 생각나는 대로 기록하려고 한다.

얼마 전에 베를린 여행을 다녀왔다. 혼자 하는 여행은 거의 처음이라 기대가 되기도 하였지만, 워낙 혼자 못하는 성격이라 재미가 없을까 걱정되기도 하였다.

이번 여행에는 Flixtrain이라는 기차를 이용했는데 Flixbus처럼 정말 저렴해서 마음에 들었다. 보통 유럽에서 기차를 타면 족히 10만 원 이상 왕복으로 지출해야 하는데 이 기차를 이용하면 약 6만 원 정도면 다녀올 수 있어 만족한다. 다만, 연착은 기본 옵션이니 넉넉히 시간을 계산하여 이용하여야 한다. 참고로 나는 1시간이 넘게 기다렸었다.

이번 베를린 여행은 두 번째로 지난번 너무 맘에 들었던 기억으로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힙스럽고 트렌디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무드의 베를린은 당시 구미가 당기지 않았는데 막상 가보니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공원은 푸르르고 볼거리도 많고, 수도라 그런지 모든 것이 크고 생동감이 넘쳐 보였다. 서울에 살다가 왔다면 모르겠지만 평화롭고 따분한 독일 중소도시에 살다가 베를린에 오니 시골쥐 상경하듯 재미나게 즐겼었던 거 같다. 그때 사진들을 다시 보니, 완벽한 날씨가 한몫한 거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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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2025년 5월 경)

이번에 다녀온 베를린 첫날은 비가 주룩주룩 왔다. 유럽은 여름이 지나고 나면 바로 으슬으슬 추워지곤 하는데 역시나 딱 그런 날씨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내가 가보고 싶은 박물관들을 가보고 싶어서였다. 동행자가 있다면 서로의 템포를 맞추어 구경하고 때로는 스케줄 조정도 해야 할 텐데 혼자 여행을 가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첫 번째로는 유대인 박물관을 방문했다. 유대인을 대놓고 차별하던 많은 법령과 규칙들이 한방을 가득 채워있었다. 지금의 우리는 어릴 때부터 차별이 안된다고 배우며 살았는데, 이렇게 자연스럽고 무섭게 차별을 했던 사회가 불과 몇 년 전에 이곳에 있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마지막쯤에는 지금 사회를 살고 있는 유대인들의 인터뷰 영상이 콜라주 되어있었는데 억압을 뚫고 자라난 귀한 새싹들 같아 보였다. 그들의 대사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분명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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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화창해진 베를린의 길거리를 걸었다. 그러다 느낌 있는 베를린 카페에 들어갔는데 기다린 곳이 테이크아웃 줄이었는지 매장에서 먹을 수 없다고 하여 시무룩하게 주변 공원을 찾아보고 있었다. 곧 점원이 찡긋하며 원래 안되지만 앉아 먹으라며 배려해 줬다. 덕분인지 따뜻한 라테가 너무나 고소하고 맛있었다.

이후엔 베를린 공예 박물관에 갔다. 큰 배낭을 베고 들어온 동양인 관광객에게 나이 지긋한 직원은 여기를 방문하려는 게 맞냐고 재차 물었다. 보통 박물관, 미술관 등이 다수 밀집한 지역에는 이렇게 묻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과거 런던 여행에서 national portrait gallery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바로 근처 national gallery가 있다 보니 그때 직원은 나에게 3번을 재차 물은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표를 끊고 구경까지 해놓고 여기가 아닌 거 같아요 하는 관광객을 마주하게 되면 나라도 굉장히 피곤해질 거 같긴 하다.

나는 과거 대학교에서 의류학 전공으로 과제나 실습 때문에 서울에 있는 공예박물관 등을 간 적이 있었는데 서양의 공예박물관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우선 우리나라에 비해 보존이 잘 되어있고 디자인이 다양하다. 나에게 특징이라면 항상 구경할 때 나라면 어떤 옷을 입을까, 어떤 신발을 신을까, 어떤 그림을 살까 등의 극강의 상상을 한다는 점인데 그러다 보면 배로 재밌는 구경을 할 수 있게 된다. 요즘엔 어떤 집에 살까? 어떻게 꾸미고 살까?라는 상상을 많이 하고는 하는데 의자 컬렉션을 볼 땐, 이건 거실, 이건 책방에 두어야지 상상을 하며 구경했다. (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 남편은 자기 평생 한 번도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고는 하는데, 나 같은 사람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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