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의 지적 허영
집에 들어오는 길에 책 두권을 샀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더글라스 러미스
「심야식당 15권」- 아베 야로
경제-경영서는 종종 구매한다
대학생 때 피터 드러커와 장하준의 저서를 접한 후 부터다
개인적으로 잘 쓰인 경제-경영서는 자기계발서보다 자기계발에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자기경영노트」라는 저작이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에게서 나온 것은 괜한 우연이 아니다
그래서 자기계발서는 책장에 거의 없다
그 덕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나 「시크릿」같은 책은 껍데기도 펴보지 않았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이 긴 책의 제목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아 핸드폰을 여러번 뒤졌다
이제 한 두페이지 읽고 인덱스 테이프 하나 붙여놨다
요즘 소시민적인 현실에 익숙해진다
소시민의 삶이라는 건 감상이나 자기비하가 아니라 정확한 현실이다
종종 꿈꿔왔던 대단한 삶, 변화의 시발점이라도 되길 바랬던 희망찬 포부(?)는 거품같은 것이라는 걸 알게된다
오늘 산 책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경제성장이 어찌어찌 되고 사회가 풍요롭든 말든 그런 생각을 내가 해서 뭐 쓸데가 있나?'
바바라 애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이라는 책에 한동안 젖어 산 적도 있다
불합리한 노동체계, 저소득층의 굴레에 저자가 직접 몸을 던져 경험한 비애를 적은 책이다
'사회의 불합리, 최소한의 역할을 내가 알아서 무엇하리'
정치를 할 것도 아니고 자수성가할 요량으로 뭔가 이뤄가고 있는 삶도 아니다
거리에 나서지도 못하면서 블로그에 꼬장꼬장하게 정치를 비판해서 나아질 것도 없다
정말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던 「시크릿」과 朴의 이야기에 솔깃해서 명상을 하는 것이 나에게 어울릴지도 모른다
소시민이라는 말은 사실 비하를 내포한다
시민사회에서 동등한 권리와 책임을 가진 시민계급을 쪼개어 '이등시민' 취급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소시민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 않지만,
우리 사회는 이미 시민의 계급이 나뉘어져 있고 사실 내가 대시민은 아니니까
저런 성격의 책이 담고있는 비교적 큰 담론이 소시민인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글자와 학문이 상민에게 과분하다던 조선시대 양반의 생각과 다르지 않는 자체 자학일지 모른다
지식이 누군가에게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가 어디 있겠냐마는
서점에 질리게 쌓여있던 보다 좋은 회사의 수험서와 어학서적, 그 말이 그 말인 자기계발서가
저런 사회적 담론을 담은 책보다 내게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내게 어울리지 않는 지적허영을 부리고 있는게 아닐까
... 이거 참 슬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