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달이 떴다
그것도 아주 큰 달이
신화와 전설, 미신이 공존하는 이야기들
만월은 광기다
이런저런 피가 뒤섞인 존재들은
보다 야만적인 피를 따라 변신한다
알런이 말의 눈에 꼬챙이를 꿴 그 날도 큰 달이 떴을거다
지켜보는 말의 눈이 빨간 달처럼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에 뜬 달도
그날 몸을 부벼댄 소년의 치부를 지진 말의 눈을 닮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라는 존재를 견디려면 그들의 영혼에 어느 정도 자비심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낮은 수준의 구체적인 고통이 따랐다. <고요의 바다에서> p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