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외 이미지 프레이밍 변화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 매체가 보여준 이미지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이었다. 카메라는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했고, 배경에는 국기와 의전 장식이 자리했다. 화면 속 김정은은 압도적인 존재로 부각되었고, 이는 지도자의 권위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였다. 당시 북한의 대외 이미지는 철저히 ‘개인 권위 프레임’에 맞춰져 있었으며, 김정은을 절대적인 지도자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2025년 베이징 전승절 80주년 행사에서 북한 매체가 선택한 이미지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김정은이 시진핑, 푸틴과 같은 크기와 같은 눈높이로 포착되었으며, 세 지도자가 나란히 선 모습이 반복적으로 편집·노출되었다. 단독 주인공의 자리에서 벗어나, 동맹과 함께하는 집단적 존재로 재구성된 것이다. 이는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추구하는 전략적 방향, 즉 연대와 동등성의 강조를 시각적으로 드러낸 사례였다.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프레이밍 이론이다. 정치커뮤니케이션 학자 로버트 앤트만(Entman, 1993)은 프레임을 “현실의 일부를 선택하여 부각하고, 문제 정의·원인 규명·도덕적 평가·해결책 제시까지 의미 구조를 조직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즉, 언론과 미디어는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각을 강화해 현실을 해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북한 매체가 김정은을 클로즈업한 2018년의 이미지는 ‘지도자의 권위’를 문제의 핵심으로 설정한 것이고, 2025년 동렬 사진은 ‘동맹의 힘’을 해답으로 제시하는 프레임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이 왜 이런 프레임 전환을 선택했는지는 분명하다. 국제적 고립을 돌파하기 위해 혼자가 아니라 동맹과 함께 움직이고 있음을 강조해야 했고, 동등성을 부각함으로써 북한이 단순한 주변국이 아닌 국제 정치의 한 축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카메라의 수평 앵글, 대칭적 구도, 반복된 동렬 컷은 이러한 전략적 목적을 효과적으로 구현해 낸 도구였다.
결국 북한의 대외 이미지는 언제나 고정되어 있지 않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권위의 초상화가 되기도 하고, 연대의 단체사진으로 재구성되기도 한다. 이는 북한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방식이자,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코딩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북한의 카메라는 기록의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메시지의 도구이자 현실을 재구성하는 필터다. 그리고 그 필터는 언제나 카멜레온처럼 주변의 빛과 색을 받아 끊임없이 변신한다.
“권위에서 연대로, 단독에서 동렬로 — 북한의 이미지는 언제나 카멜레온처럼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