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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Jul 21. 2024

고양이 왕좌의 난

생선가시 왕좌를 두고 치열한 자리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절대 폭군, 절대 웃지 않는 하악질의 대명사! 하악대왕과 왕세자 아들 말랑이와의 한판 자리싸움이뜨거운 폭염에도 맹렬하게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모든 인사와 고마움을 하~~ 악으로 끝장내는 하악대왕!

 무지막지한 솜방망이를 휘두르는 절대 권력자, 하악대왕은 흐르는 세월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이제 늙고 노쇠해서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합니다. 이 틈을 타서  말랑이가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악대왕의 방어력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내가 임마, 네가 쪼꼬미였을 때 산너머 멧돼지 서장이랑 임마!! 어저께도 같이 밥묵꼬! 갈비도 같이 뜯고 마! 계곡에 있는 노천 선녀탕에서 싸우나도 같이 가고 마! 등도 서로 밀고!! 마, 새꺄! 마, 다 했쓰, 알어!!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올라왔는데, 니는 아직 멀었단마!! 저 최전방에 가서 훈련을 더 받고 와람마!!

말랑이에게 하악질을 하며 몰아내기 일쑤입니다. 아예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앞에서 지키고 네요.


 오늘은 하악대왕이 왕좌에 앉아있습니다. 말랑이가 제대할 때까지는 이 자리를 지키고 싶답니다. 사실 어데 갈 데가 없답니다. 저렇게 홍수가 나는데 어디를 가냐고 하네요. 말랑이는 젊으니 저 높은 망루 위에서 지내라면서 쫓아냅니다. 말랑이가 아직은 하악대왕을 이길 수 없나 봅니다. 힘에 부치는지, 어정쩡 꼬랑지를 내리고 자리를 비켜줍니다. 하악대왕의 하~~~ 아~~ 악, 입냄새 폭격까지 받으며 쫓겨납니다.


이에 반해 절색의 미인공주가 되어 먼 나라로 시집갈 뻔했던 말랑 공주, 아니, 말랑 황태자는 할 말이 많습니다.

"아버지~나도 왕좌에 앉고 싶어요. 이제 뒷방으로 물러가서 편하게 온천욕이나 하시면서 귀빈첩냥이랑 세상 구경이나 하시고 계십쇼. 내가 이 나라는 알아서 잘 할텅게요."

노쇠한 하악대왕이 첩냥을 만나러 행차하면 말랑이가 잽싸게 앉아 있습니다. 하악대왕이 첩냥들에게 둘러 쌓여 여기는 제발 안 왔으면 한답니다. 이 자리에는 절대 오지 말라고 빌고 있네요. 말랑이는 잠시 하악대왕이 귀빈첩을 만나러 간 사이에 냉큼 앉아있다가 쫓겨납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왕좌의 자리가 바뀝니다. 궁궐에서 내시를 맡고 있는 집사는 권력의 피 바람이 부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이 많습니다. 둘 중에 누구를 밀어야 할지, 생각이 많아서 좀처럼 잠을 이룰수가 없습니다.


 매미는 맴맴 울고 꽃들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구중궁궐. 내시집사가 알뜰살뜰 밥 주고 고기 주고 간식까지 대령하면서 쓰담쓰담으로 뫠셔주니 바야흐로 태평성대가 따로 없습니다. 내내 왕좌에 누워 있다가 가끔씩 어느 침입자가 담벼락에다 영역표시로 오줌을 뿌려놨나, 시찰을 하러가는게 중요 임무입니다.  

비비비비~~~비얌이나

지지지지~~쥐를잡는건 아랫걸들 시키면 됩니다.

 왕좌에 누워 자는 게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이 맛에 왕노릇하는가 봅니다.


 말랑이는 결국 쫓겨났네요. 쭈그리 박스 속에 앉아 있네요.

어쩔 수 없습니다. 밥을 더 많이 먹고 세월이 흘러야 저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악대왕이 있는 한 어려울 것 같네요. 박스 때기도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높은데 앉아있으면 그만이지요.


왕좌를 두고 대왕과 왕세자와의 싸움에서 내시집사는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간을 보느라 정신이 나가기 직전입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높으신 분들을 보필하느라 굽어진 허리가 더 굽어집니다.

내시 집사의 살아온 관록으로 보건대 이기는게 우리편! 입니다.

하지만 대왕과 왕세자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으니

뭬야!!!

감히 신라의 여왕!! 대왕대비전의 왕좌를 넘 본다고라고라!!!

여봐라!!!

내시 거 없느냐?

꺄오옹~~%#♡$¥!*/:.!♤♧₩$¥&÷×[}꺄~오~옹!!!!

이것들을 잡아다 매우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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