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를 잘한다는 것
마무리를 잘한다는 것은 내게는 마음을 다한다는 말과 같다.
한결같은 초심, 진실된 진심, 정성스러운 성심. 초심과 진심과 성심, 세 가지 마음을 마지막까지 우직하게 다한다.
나는 지금 이 글귀가 유난히 마음에 와닿는다.
요 며칠 계속 복잡한 하루의 연속이다.
"이제 며칠 안 남았는데 대충 해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떠날 건데 굳이 이렇게까지 신경 써야 하나?" 이런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사실 사회적 관계는 그 결속력과 지속력이 약해서, 내가 놓아버리는 순간 이제 나는 그 조직 안의 사람이 아닌 여태껏 지나간 사람 중 한 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마무리는 더욱 냉정하고 칼같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한결같은 초심과 진실된 진심, 정성스러운 성심이란 건 사실 존재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누구도 타인의 마음이 진정인지 아닌지,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고, 초심이 꼭 좋은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진정성은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우리는 오로지 행동을 보고 타인의 진정성을 비평할 수 있다.
난 처음의 마음보다 조금 삐딱한 생각이 들어도 꾸역꾸역 마무리 짓는 지금의 내가 좋다.
나의 진정성이 의심받는다면 그거 행동을 보여주면 그만이다.
인수인계 문서를 꼼꼼하게 정리하고, 후임자가 어려워할 만한 부분들을 미리 메모해 두고,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업무들을 하나하나 정리한다.
마음이 따라주지 않아도 손은 움직인다.
하지만 내가 정말 아쉬운 건 나의 2년 2개월이라는 이야기의 엔딩이, 마무리가 내가 원하는 시기보다 조금 더 빨리 떠밀리듯 나의 마지막 페이지로 다다랐기 때문일지 모른다.
아직 쓰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있었는데, 아직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더 남았는데,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억울하고, 더 아쉽고, 더 복잡하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내가 쓸 수 있는 마지막 페이지까지는 성실하게 채워 넣을 것이다. 비록 원하던 엔딩은 아니지만, 후회 없는 마무리는 할 수 있으니까.
마음이 완전히 따라주지 않아도, 초심이 흔들려도, 그래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마무리가 아닐까.
2년 2개월의 이야기, 조금 아쉬운 엔딩이지만 최선을 다해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