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전한 작은 기적

기대없이 쓴 글, 생각지도 못한 결과

by 이경해mysunjh

어린이집 화장실 대청소가 막바지에 이르던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잠시 숨을 고르던 찰나, 원장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두 팔을 활짝 벌리신 채 다짜고짜 저를 안아버리셨죠.

“대상이래!”

“제가요?”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저에게 원장님은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서울시 보육인 수기 공모한 거, 대상 받았다고 연락 왔어!”

한마디로 ‘기쁜 날벼락’이었습니다. 청소에 집중하느라 핸드폰도 확인하지 못한 사이, 수상 소식이 어린이집으로 먼저 전해졌던 겁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의 감정은 환희라기보다는 ‘왜지?’에 가까웠습니다. 분명 기쁜 일이었지만, 마음속엔 뭔가 실감 나지 않는 공허한 울림이 맴돌았습니다.

사실 저는 이 공모전에 큰 의욕이 없었습니다. 평소 알림장에 쓰는 글을 좋게 봐주시던 원장님과 몇몇 학부모님들께서 “이런 글이라면 공모전에 내봐도 좋을 것 같아요”라며 권하셨고, 원장님은 마치 숙제를 내주듯 한 번 써보라 하셨죠. 하지만 마감일까지 한 달이 넘게 남아 있었음에도 저는 단 한 줄도 쓰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도전할 마음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다 마감 이틀 전, 원장님의 다급한 재촉에 못 이겨 결국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마침 그 무렵, 참여하고 있던 공저 모임을 통해 글쓰기의 기본을 조금씩 배우고 있던 터라, 그 배운 방식대로 써 내려갔습니다. 특별한 열정도 기대도 없었던 글.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그해 저는 서울시 보육인 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직접 축하 인사를 받고 상패와 꽃다발을 받았으며, 기념사진도 남겼습니다. 정치적 성향이 분명한 우리 가족에게는 그리 반가운 뉴스는 아니었지만, 글로 상을 받았다는 사실만큼은 저에게도 약간의 뿌듯함으로 남았습니다. 물론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대상이면 상금은 얼마였어요?”였고, 그때마다 저는 “상금은 없었어요”라는 다소 민망한 대답을 해야 했지만요.

그 이후로 ‘대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은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2년이 넘도록 신학기 부모 오리엔테이션 자리마다 원장님은 저를 이렇게 소개하셨습니다.
“우리 선생님이 서울시 대상 수상자세요.”
그때마다 저는 괜스레 민망해 고개를 숙였고, 결국 조심스레 부탁드려 그 소개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좋은 결과였음에도, 마음속 깊은 환희는 오래 머물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처음부터 큰 기대를 품지 않았기에 그랬을 겁니다.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목표일 수 있었겠지만, 제게는 그냥 원장님의 숙제를 마무리한 느낌이었죠. 다만 그 숙제가 뜻밖의 선물처럼 돌아왔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종종 생각합니다.
모든 걸 의욕적으로 계획하지 않아도, 인생은 종종 뜻밖의 방향에서 선물처럼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을.

그 수상이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은 아니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글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구나.’
그 조용한 자신감 하나는, 지금도 제 안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알림장에 짧은 글을 씁니다.
누군가 읽고, 잠시 웃거나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보육교사 #수기공모전 #서울시대상 #글쓰기기록 #뜻밖의선물 #엄마의글
#알림장글쓰기 #브런치에세이 #삶의기록
#자기표현


글을 쓰며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지금의 나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이 누군가에게 닿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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